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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의회 감사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엑시토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코 성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수술 때문에) 한동안 페루는 대통령이 없는 국가가 됐었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사건으로 파면의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페루에선 '대통령의 비밀 성형 논란' '골칫덩이 된 코 성형, 대통령 탄핵되나' '또 탄핵위기 직면한 볼루아르테 대통령' 등 탄핵 가능성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전날 페루 의회에 출석한 알베르토 오타롤라 전 총리가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코 성형 의혹을 확인하면서 탄핵논란엔 불이 붙었다. 지난 3월 해임된 그는 "지난해 대통령이 코 성형수술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호흡이 곤란해 수술을 받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치권과 온라인에선 대통령이 비밀리에 코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정부는 확인을 거부했다.
야권 일각에선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의회에 권한을 위임하거나 권한대행 없이 자리를 비운 건 헌법에 위배된다며 공세를 벌이고 있다. 페루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때는 헌법에 따라 부통령이 권한을 대행하지만 볼루아르테 정부엔 부통령이 없다. 페드로 카스티요 전임 대통령이 의회해산을 시도하다가 파면되자 볼루아르테 당시 부통령이 권력을 승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생긴 태생적 공백이다.
오타롤라 전 총리는 의회에서 "수술 후 대통령이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등 국정에 공백은 없었다"고 했지만 23명 의원들은 "화상회의는 해외순방 때만 허용된다"며 권력공백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페루는 대통령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와 감시가 심하다. 의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해외순방조차 불가능하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독일 등 유럽을 순방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의회의 동의를 얻고 유럽 순방길에 올랐지만 당시 의원 23명은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권한을 대행할 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 나가 권력공백을 초래한 건 명백한 헌법 위반으로 탄핵사유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2022년 12월 취임한 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 탄핵위기를 넘겼다. 무소속인 볼루아르테 대통령에겐 정부를 뒷받침할 여당이 없지만 연이은 탄핵에 부담을 느낀 주요 정당이 탄핵에 협조하지 않은 덕분이다.
54대 페루 대통령으로 재임한 일본계 페루인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장녀이자 정치적 후계자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끄는 정당 '민중의 힘'(FP)도 대통령탄핵엔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페루에선 하야, 탄핵 등으로 대통령이 7번 바뀌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또 넘긴다고 해도 안정적 국정수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정치적 입지가 워낙 불안해서다. 여론조사기관 데이텀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은 3%로 조사됐다.
현지 언론은 "취임 이후 그 어떤 조사에서도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를 상회한 적이 없다"며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은 평균 5%에 그쳐 1980년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임기는 파면된 카스티요 전임 대통령의 잔여임기가 끝나는 2026년 7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