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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고려아연-영풍, 치열한 경영권 다툼…투자자 냉정하게 접근해야

[취재후일담] 고려아연-영풍, 치열한 경영권 다툼…투자자 냉정하게 접근해야

기사승인 2024. 09. 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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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75년간 동업해 온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입니다. 우호 지분을 바탕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한 최윤범 회장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으나, 영풍 장형진 고문이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고공행진입니다. 영풍과 MBK는 지난 13일 공개매수를 공시했는데, 이날에만 주가가 전일 대비 11만원 오르면서 단숨에 공개매수 금액 66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 26일 종가 기준 71만3000원을 기록 중입니다.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대항해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주식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자, 주가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이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키로 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최 회장이 적극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는 신호라는 얘기죠. 고려아연은 CP 발행 목적으로 운영자금 마련을 제시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경영권 방어 실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영풍과 MBK는 공개매수를 성공시키겠단 의지를 드러내며 공개매수 금액을 75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영풍은 자금이 부족한 MBK에 3000억원을 빌려줬죠. 영풍도 금융기관에서 빌려 MBK에 자금을 대준 것이죠.

당장 고려아연 종목토론방 등에선 주가가 90만원 이상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오늘 가격이 제일 저렴할 수 있다"며 주식을 사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개매수 열기가 고조될수록 과거 사례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MBK가 연관됐던 한국앤컴퍼니나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이어진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가 그 예입니다.

주가가 1만원대였던 한국앤컴퍼니는 공개매수 당시 2만3000원까지 올랐으며, 이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1만원대로 떨어졌습니다. 6만원대에서 공개매수 당시 16만원까지 올랐던 SM엔터테인먼트 주가도 1년이 되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빠르게 주가가 제자릴 찾으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주가상승은 일회성 요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경영권 갈등이 발생,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종목의 주가는 결론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에 신중한 투자가 중요합니다. 커진 변동성으로 급등·급락이 예상되기에 투자자가 대응하기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20일 73만5000원까지 올랐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23일과 24일 급락하면서 69만9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영풍의 주가 변동성도 커졌습니다. 13일 38만6000원이던 영풍의 주가는 20일 57만원까지 급등했고 26일 37만35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영풍은 공개매수와는 상관이 없음에도 경영권 다툼에 나선 주체라는 이유로 주가가 들썩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조금만 생각하면 위험한 투자입니다. 공개매수에 성공한다고 해서 영풍의 기업가치가 단숨에 상승한다고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공개매수 과정에서 이뤄진 3000억원의 단기차입 증가가 추후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남들은 다 들어가서 이익을 보고 있는데 나만 빠져있다는 공포심에 휩싸여 투자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또한 투자자들이 냉정한 시각으로 들여다 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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