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보호한도 상향이 일부 예금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비용 부담은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전체 금융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최근 총선공약으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다시 등장했고, 일각에선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과 같이 업권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7일 '23년간 변동 없는 예금자보호한도 차등상향 필요' 보고서를 통해 예금자보호한도 현황을 진단하고, 차등 상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혜진 입법조사관은 2001년 보호한도가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3년간 유지되고 있고, 법률에 따라 자체 기금에 의해 보호되는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의 보호한도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은행업권의 보호한도 비율은 1.2배로, 미국(3.1배)와 영국(2.2배), 일본(2.1배)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은 우리보다 보호한도 비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최근 연속된 뱅크런 사태 때문에 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권 보호예금자수 비율이 98%에 이르고 있어, 한도 상향은 소수만 편익을 누릴 수 있고 저축은행으로의 자금이동에 따른 리스크 확대 등의 우려로 유보적인 입장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처럼 부실 부담이 다른 업권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하고, 이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고위험 분야에 대한 투자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업권별 차등 상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 조사관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선 한도가 상향될 필요가 있지만, 모든 업권의 동등한 상향은 부정적인 영향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보호한도는 상향하면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보호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