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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펜 잡았다”, 치밀한 서사와 찐득한 공포로 돌아온 ‘앨런 웨이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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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혁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3. 11. 10. 18:39

전작 평가 아득히 뛰어넘은 후속작
앨런과 함께 다시 돌아온 '브라이트 폴즈' 마을 /인게임 스크린샷
공포를 써내려가는 작가, '앨런 웨이크'가 13년만에 다시 펜을 잡았다.

전작 '앨런 웨이크'는 2010년 출시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앨런 웨이크가 한적한 시골 마을 '브라이트 폴즈'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실종된 아내 '크리스'를 찾는 여정을 선보였다.

자신이 써 내려간 소설을 현실로 바꾸는 주인공 '앨런'의 능력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와 빛을 활용한 전투는 시리즈의 강렬한 '해시태그'가 되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후속작 '앨런 웨이크2'는 펜 대신 총과 손전등을 쥐고 아내 찾기에 방해되는 그림자 괴물과 투기장을 열어야 했던 전작과 달리, 액션 어드벤처 장르 수식어를 뗀 찐득한 '서바이벌 호러' 게임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사세, 이는 '그들만이 사는 세상'의 약자다. 일반 사람들과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언급할 때 주로 사용되는 단어다.

◆ 새로운 주인공 '사가' · 문과 영웅 '앨런'이 보여주는 '그사세'
이번 타이틀에 새롭게 등장한 주인공, FBI 수사관 '사가 앤더슨' /인게임 스크린샷
이번 타이틀은 새로운 주인공 FBI 수사관 '사가 앤더슨'과 원조 주인공 '앨런 웨이크', 두 주인공의 교대 플레이는 '그사세' 처럼 서로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선보인다.

먼저, 사가는 마음의 방(마인드 플레이스)이라는 자신만의 특수한 공간에서 수집된 단서를 조립하고, 프로파일링 하며 인물들의 심리와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간다. 어쩌면 가장 일반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라 만의 마음의 공간 /인게임 스크린샷
사라와는 다르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앨런 /인게임 스크린샷
앨런은 작가라는 직업에 걸맞은 '작가의 방'이라는 내면 공간에서 자신의 소설 원고에 키워드를 대입해 중첩계 속 시간과 장소를 변형 시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는 자신이 쓴 소설이 현실이 되는 '비현실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주인공은 두 가지 장소(현실, 중첩계)가 지속해서 오버랩되고, 서로를 간섭하며 끊임없이 공간을 오가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는 하나로 귀결된다.

◆ "이 양반 작가 맞네"...공포를 극복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앞으로 일어날 일에대한 정보, 예측이 담긴 원고 /인게임 스크린샷
연결 고리가 이어지고, 정보를 얻을 때 마다 사건을 파헤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인게임 스크린샷
어떤 미디어 믹스든 '공포'를 소재로 한다면 의문과 서늘함이 버무려진 '스토리'가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는다.

원고가 현실화되는 '앨런 웨이크 시리즈'는 해당 요소에 아주 적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곳에 흩어진 '원고'와 단서를 찾아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얻어 가면서 이야기의 퍼즐을 조립하는 감칠맛이 있다.

원고 혹은 단서를 발견할 때마다 게임은 유저들에게 항상 의문을 내던짐과 동시에 단서를 연결시켜 공포로부터 한 발짝 나아가게 만든다.
답답한 시야와 한정된 힌트 속에서 단서를 찾는 것은 상당히 피로감을 준다 /인게임 스크린샷
정말 어려웠다 /인게임 스크린샷

대신, 원고나 단서들을 찾지 못하면 스토리 진행에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힌트를 두루뭉술하게 던져 놓기 때문에 공략을 직접 찾아봐야 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 유려한 연출, 간드러지는 음악, 아쉬운 번역 퀄리티


어이 없는듯한 웃음 표현이 아주 인상적이다 /인게임 스크린샷
실사 연출의 경우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 몰입에 방해를 주지 않는다 /인게임 스크린샷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개발사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답게 실사 영상과 인게임 컷신을 오가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흥미로웠다.


특히 인게임의 컷신의 경우 각 등장인물들의 표정 묘사, 목소리 톤, 배경 음악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시너지를 선보인다.


엄마(사가 앤더슨)가 말하는거 같지만 아니다 /인게임 스크린샷
하지만 간간이 나오는 오역과 낮은 퀄리티의 번역이 몰입에 브레이크를 건다.

위에 게시된 사진의 경우 주인공 '사가 앤더슨'이 자신의 '아들'과 통화하는 장면이다. 해당 장면에서 아들 '로건'은 엄마가 출장을 나간 사이 온 가족이 즐겨보던 시리즈 드라마를 봤다고 이야기한다.

곧이어 로건이 "Mom, is so good"이라고 말하는데, 이야기의 흐름 상 "엄마 이번화 정말 재밌어요"라고 번역되어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엄마: 그건. 정말. 좋구나."라고 번역되어 마치 엄마(사가)가 로건에게 말하는 뉘앙스를 풍겨 혼선을 준다.

이와 같은 크고 작은 오역들은 '서사'가 중요시되는 게임의 몰입도를 단숨에 끊어먹는 장치로 적용된다.
해외 여러 매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앨런 웨이크2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X (前 트위터)
어색한 번역만 매끄럽게 고쳐진다면 좋은 스토리와 연출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앨런 웨이크2'는 메타크리틱 점수 89점을 받으며, 전작을 아득히 뛰어넘는 평가를 받았다. 번역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해외에선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소리다.

충분히 '좋은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어 전달력만 잘 보완된다면, 앞으로 나올 DLC(다운로드 콘텐츠)와 후속작이 더욱 기대되는 게임이 될 것이다. 









유성혁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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