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서울 도착 탈북자 급감 배경과 절박한 탈북자 중국 체포 구체적 상황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710010004816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3. 07. 10. 09:47

탈북 브로커 수수료 수천달러서 수만달러로 급등
감시체제 강화 중국 공안, 탈북자 체포·북송
탈북 지원 목사 "도움 요청 급증"
브로커팀과 탈북자, 체포
목사 "23년간 이처럼 슬픔·무력감 느낀 적 없어"
탈북민단체, 6·25에 대북전단 풍선에 담아 북한에 살포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6월 25일 밤 10시 경기도 김포시에서 대북전단 20만장과 마스크 1만장, 타이레놀, 소책자를 대형 풍선 20개에 달아 북쪽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6·25 전쟁 발발일에 보낸 이 대형 풍선 아래에는 '73년전 할아버진(김일성) 남조선으로 쳐들어갔는데 난 언제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달려있다./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연합뉴스
한국에 무사히 도착하는 탈북자의 수가 급감한 원인과 탈북자들이 중국 당국에 체포되는 구체적인 상황이 공개됐다.

브로커 수수료가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로 급등해 탈북 시도가 어려운 상황에서 카메라 등 고도의 감시 체제를 구축한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을 체포해 북한으로 송환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북자 수백명의 한국·미국으로의 입국을 도와 북한 당국의 비난을 받아왔으며 중국에서 구속된 적이 있는 천기원 목사는 NYT에 지금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 한국 도착 탈북자 수, 급감 배경...탈북 브로커 수수료 수만 달러로 급등...감시 체제 강화 중국, 탈북자 체포·북송
NYT는 한국에 무사히 도착하는 탈북자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직전인 2019년 1047명이었으나 지난해 63명으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천 목사는 NYT에 팬데믹 기간 국경 왕래와 중국 내부 여행 제한이 완화되기 시작하자 중국에 발이 묶인 수천명의 북한 주민들이 자신과 다른 탈북 지원자들에게 보내는 도움 요청이 급증했다며 탈북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을 기다리는 한 엔지니어와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사이버 성매매 탈북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전 목사는 북한 엔지니어와 중국에서 사이버 성매매 탈북 여성을 돕는 과정에 주고받은 수백 건의 문자메시지·오디오 파일·은행 기록, 그리고 기타 문서 등을 제시하면서 중국 내 탈북자들의 '자유 찾기'가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해졌다고 밝혔다.

NYT는 이 북한 엔지니어와 여성이 김정은의 억압적인 정권으로 다시 보내지지 않고 중국을 벗어나려는 동일한 이유로 탈북을 결심해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한 호텔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천기원 목사 "탈북 도움 요청 급증"...중국서 외화벌이 북한 엔지니어 "죽을지라도 단 하루라도 자유인으로 살고파"

북한 엔지니어는 2019년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 목적으로 중국 동북 지방에 파견돼 처음에는 탈북할 생각이 없었지만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와 끊임없는 감시 속에 노예 같은 삶을 살면서 회의를 느끼고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2021년 한 웹사이트에서 천 목사의 이메일 주소를 발견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내 목숨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문자를 쓴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멍든 얼굴을 찍은 영상에서는 "설령 (탈북 과정에서) 죽을지라도 단 하루라도 자유인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외화벌이 수단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새장 속의 새"에 비유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관리자가 할당한 월 4000~5000달러(520만~651만원)를 벌 수 있는 코딩 일자리를 찾기 위해 업워크(Upwork)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배회했다고 밝혔다.

그가 천 목사에게 보낸 비디오 영상에는 자신과 동료들이 벽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아래에서 작업하는 모습과 '친애하는 김정은 동지에게 높은 사업 성과로 충성을 다하자!'라고 적힌 구호가 걸려있었다.

북한 인권특사
줄리 터너 미국 북한인권특사 지명자가 5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상원 외교위 캡처
◇ 사이버 성매매 강요 탈북 여성 "인신매매범에게 팔려 갈 위기 도움 간청"

2018년 북·중 국경을 넘었던 여성 이모씨도 천 목사에게 'SOS'를 보낸 탈북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브로커에 속아 북한과의 국경 근처 도시 중국 바이산(白山)의 한 공안 간부와 결혼한 북한 여성에게 팔아넘겨져 아파트에 감금된 채 웹캠으로 남성 고객들을 위해 성적 행위를 보여주라고 강요당했다.

이씨는 올해 1월 천 목사와 접촉해 자신과 2명의 다른 탈북 여성이 곧 다른 인신매매범에게 팔려 갈 위기에 처했다며 긴급 도움을 간청했다.

◇ "탈북 브로커, 탈북자보다 돈 우선 경우 많아"

탈북자 관련 다큐멘터리를 두편 연출한 이학준 영화감독은 탈북자를 지원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브로커'를 고용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탈북자가 아니라 돈인 경우가 많은 브로커가 수수료를 챙긴 후 탈북자를 버리거나 중국 당국에 알리지 않는 대가로 더 많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인질로 붙잡아두는 사례들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더 심각해졌다. 수천 달러였던 브로커 수수료가 수만 달러로 급등한 것이다.

◇ 천 목사 고용 브로커 팀과 탈북자, 중국 공안에 체포...천 목사 "23년간 이처럼 슬픔과 무력함 느낀 적 없어"

그런데도 천 목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이씨 등의 탈출을 위한 자금을 겨우 마련해 태국에 있는 한 브로커를 고용했다.

이 브로커가 중국 내 다른 브로커들과 팀을 이뤄 이들을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안전 가옥으로 빼낸 뒤, 차로 라오스로 이동,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보낸다는 계획이었다.

브로커 팀은 팬데믹 이후 잦아진 중국 당국의 신분 검사, 정교해진 안면 인식 기술과 감시 카메라를 피하려고 단계별로 여러 번 차를 갈아타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으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태우고 이씨 등을 데리러 바이산으로 가는 길에 지린(吉林)에서 모두 체포됐다.

북한 관리인이 이 엔지니어의 실종 신고를 했고, 탈북 과정에서 사용한 자동차가 감시 카메라에 찍혀 공안 당국에 신원이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천 목사는 급하게 다른 브로커를 고용해 이씨 등 3명의 여성을 2월 초 칭다오의 안전 가옥에 데려왔으나, 며칠 뒤 이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던 북한 여성의 남편인 공안 간부가 들이닥쳐 이들을 도로 잡아갔다고 한다.

천 목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중국의 감옥에서 북한 송환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씨 등 여성 3명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천 목사는 NYT에 "23년간 북한 사람들을 도왔지만, 이처럼 슬픔과 무력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라고 한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