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병 출처·협박전화 발신지는 중국…'음료 섭취' 8명 부작용 호소
잔여 50여병 행방 추적…윤희근 청장 "국민안전 테러" 총력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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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 없는 '점 조직'…경찰, '보이스피싱 조직' 배후 지목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 음료 제조·전달책인 길모 씨와 중계기를 사용해 협박전화 조작에 가담한 김모 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길씨는 강원 원주에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마약 음료를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보낸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길씨가 전달한 음료는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주장하는 아르바이트생 4명(2인 1조)에게 전달됐고, 이들은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학생들에게 음료를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또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 갔고, 이후 협박전화 용도로 범죄에 악용됐다.
길씨가 체포된 지난 7일 검거된 김씨는 중계기를 통해 중국에서 건 협박전화를 국내 번호로 변작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는다.
경찰은 마약 음료를 담은 병이 중국에서 공급됐고, 협박전화 발신지도 중국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중국 공안당국에 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특히 제조·전달·협박 등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수법에 비춰 이번 사건이 기존 보이스피싱에서 마약 피싱 범죄로 선회한 사례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보이스피싱 단속 강화로 범죄 조직들이 기존 수법으로는 범행이 어려워지자 신종 범죄로 활로를 모색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재 길씨 일당 등을 상대로 범행을 지시한 '윗선'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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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현재 마약 음료를 마신 피해자가 총 8명(학부모 1명 포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피해 학부모들은 길씨 일당으로부터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협박 전화를 받았고, 피해 학생 중 일부는 구토와 어지럼증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길씨 일당이 처음 준비한 마약 음료 100병 중 10여 병이 유포된 것으로 확인하고, 나머지 90여 병 중 회수한 35병을 제외한 음료의 행방을 쫓고 있다. 또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우회 IP(인터넷주소)를 사용해 마약 음료를 나눠줄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마약 음료 현장 유포를 지시한 중간책들도 추적 중이다.
이와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마약 음료' 사건과 관련해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을 팀장으로, 각 시·도청에 수사차장(부장)을 중심으로 하는 TF팀을 꾸리는 등 '갑호 비상'에 준하는 의지와 자세로 전 기능이 총력을 다해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윤 청장은 지난 7일 국장급 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은 국민안전에 대한 테러와 마찬가지"라며 "경찰 역량을 총집결해 최우선 현안과제로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윤 청장 지시에 따라 마약단속 현황과 체계를 재진단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