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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램 불황은 1위 업체에 기회…설비투자 작년 비슷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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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승인 : 2023. 01. 04. 17:37

작년 설비투자 44조원→올해 비슷할 듯
SK하이닉스·마이크론 투자감축할 때
오히려 투자 유지해 호황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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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D램 혹한기'를 투자로 정면돌파한다. 글로벌 D램 시장 2~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올해 설비투자 감액을 예고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지난해(44조원)와 비슷하거나 소폭 웃도는 규모로 알려졌다. 경쟁사들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설비투자 축소로 대응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오히려 투자를 꾸준히 유지해 향후 '슈퍼 사이클'에서 격차를 더 벌린다는 전략이다.

◇월등한 원가 우위의 힘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에 44조원을 웃도는 금액을 집행할 예정이다. 올해 설비투자는 D램에 12조5000억원, 낸드에 9조원,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분야에 11조5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올해 투자감축 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상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3사의 올해 설비투자 전망이 지난해 6월 집계보다 19%나 하향조정됐는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각각 50%이상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설비투자를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직원 10% 구조조정, 성과급 삭감, 웨이퍼 투입량 20% 감산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생산·투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경쟁사보다 월등한 원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동일한 사양의 D램을 생산할 때 삼성의 원가가 SK하이닉스보단 1~2달러 이상, 마이크론보단 2달러 이상 더 낮다는 것이다. 불황기 D램 가격이 급격히 하락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적자를 기록해도 삼성전자는 흑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유튜브 경제채널에서 "삼성전자는 시장 1위 기업으로 자금력, 제품 가격 면에서 경쟁사보다 여유가 있어 이번 불황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2~3위 업체가 이 전략을 썼다간 영업적자가 급증하면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D램 업황 자체가 빨리 반등 사이클로 돌아서려면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는 것이 조건이긴 하다"면서도 "향후 호황기가 찾아올 때 더 큰 점유율로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삼성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치킨게임 보단 점유율 확대 위한 포석
삼성전자가 과거처럼 D램 시장 내 '치킨게임'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반도체 전문가들은 현재는 치킨게임이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위원은 "과거엔 치킨게임을 하면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극명한 효과를 거뒀다"면서도 "지금은 경쟁사들의 현금흐름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지금은 과거와 시장 환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불황기를 거치면서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0.6%로 1분기 42.7%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D램 시장점유율은 2016년 46.6% 이후 지속 하락한 상태다.

한편 세계 D램 시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9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D램 업체만 20~30곳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2000~2010년대 초반까지 D램 불황기가 도래하면 미국·일본·독일·대만의 경쟁사들과 극한의 가격 경쟁을 벌여 점유율을 확대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치킨게임의 승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생존자로 보는게 맞다"고 전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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