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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남아 투자 확대로 저항 무력화...남중국해 군사화로 실효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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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1. 07. 13. 10:51

닛케이 "중, 남중국해 군사거점화, 경제지원 지렛대로 관련국 저항 봉쇄"
"중, 남중국해 인공섬에 기상관측소·영화관·도서관 운영"
"중국의 필리핀 투자, 두테르테 정부 때 12배 급증"
시진핑 두테르테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직접 투자를 크게 확대해 저항을 무력화하면서 남중국해를 군사 거점화하는 실효 지배를 진행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1월 20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 사열을 받는 모습./사진=마닐라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직접 투자를 크게 확대해 저항을 무력화하면서 남중국해를 군사 거점화하는 실효 지배를 진행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닛케이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지 12일로 5주년이 된다며 중국은 판결 후에도 남중국해의 군사 거점 정비를 추진하면서 경제 지원을 지렛대로 관련국들의 저항을 봉쇄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이 위기감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응 지연도 눈에 띄고 있어 중국의 실효 지배 기정사실화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PCA 판결에 대해 ‘위법이고 무효로 한장의 종이 나부랭이’라며 ‘중국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자오 대변인의 논평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1일 PCA 판결 5주년 성명에서 “규범에 기반한 해양 질서가 남중국해보다 크게 위협받는 곳은 없고, 중국이 계속 동남아시아 연안 국가들을 압박하고 겁줘서 이 중대한 글로벌 항로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중국은 PCA 판결 후에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필리핀명 칼라얀군도) 암초에 7개의 인공섬을 건설했고, 그 주변 피어리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永暑)·수비 암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미스치프(팡가니방) 환초 등을 ‘빅3’로 부르며 대공포 등을 설치할 수 있는 포대와 미사일 셸터(은폐 시설), 그리고 대형 항만·활주로를 정비하는 등 군사 거점화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아울러 중국은 2018년 스프래틀리 제도에 대함 순항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레이더 방해 장치를 설치하고, 초계기와 조기경계기를 순환 전개하고 있으며 파라셀(중국명 시사<西沙>·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의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永興島>·베트남명 푸럼)에서 전략 폭격기 H6K의 발착 훈련을 시작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지난 3월에는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EEZ)인 스프래틀리 제도의 산호초 주변에는 민병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선박 220척이 정박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행정이나 민간 관련 시설 건설도 진행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2018년 스프래틀리 제도 3개의 인공섬에서 기상관측소 운영이 시작됐고, 우디섬에 영화관과 도서관을 신축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우디섬에서 채소 재배를 위해 많은 민간인이 생활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닛케이에 “군사와 민간 시설을 혼재시켜 유사시에 미군이 공격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훈련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5월 첫 중국산 항공모함인 산둥(山東)함이 남중국해 훈련에 참가했고, 미군이 이 해역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접근 저지·영역 거부’ 능력을 높이기 위해 남중국해에 항모 킬러 ‘DF21’이나 미국령 괌을 사정권에 둔 ‘DF26’ 등 탄도미사일을 대량 배치,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발사시험을 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원래 PCA의 판결은 구속력이 없어 효력을 담보하려면 미군의 관여가 불가결한 데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판결은 (관계국을) 법적으로 구속한다’(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며 중국의 수용을 촉구하면서도 대중국 관계를 중시,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고, 2015년부터 시작한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도 중국에 대해 수위를 낮춰 운용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7월 동남아시아 각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방침으로 전환해 군사 거점 건설에 관련한 중국 기업에 대해 처음으로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미국 안전보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판결이 났을 때 이 같은 대응을 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동남아 각국도 중국의 경제 지원을 무시할 수 없어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경제력을 배경으로 회유책을 계속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9년 8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으로부터 필리핀이 PCA 판결을 무시한다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가스전 공동개발 권익 60%를 양도할 것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닛케이가 CNN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인지 중국의 필리핀 직접투자는 두테르테 정부에서 크게 늘었다. 2016~2020년 중국의 직접 투자는 총 5억6700만달러로 지난 정부 때인 2010~2015년 기간보다 12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승인된 중국의 투자액도 5년 전의 2.8배인 20억6900억달러로 늘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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