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검장, 현 정부서 승승장구…새로운 '검찰 황태자'라는 평가 나오기도 법조계 "이 지검장, 친정부 성향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결단의 시간 다가올 것"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YONHAP NO-1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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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
현 정권 인사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이정수(53·사법연수원 26기) 검사장 체제로 정비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수사에 속도에 붙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임 이성윤 고검장 체제하에서 사실상 뭉개졌던 검언유착 수사나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등이 주요 관심사다. 현 정권 들어 요직을 두루거쳤지만, 친정부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이 검사장이 어떤 묘수를 둘지가 관전포인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앙지검은 현재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중이다. 검언유착 사건은 검찰개혁의 명분이 된 사건 중 하나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좌천의 빌미가 됐다. 이 전 차관은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거론되던 여권 유력 인사다.
두 사건 모두 현 정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수사향방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전임 이 고검장 체제에서는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 고검장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의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의견을 여러 차례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전 차관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5부(이동언 부장검사)는 지난달 22일이 돼서야 이 전 차관을 처음 소환조사 하는 등 소극적으로 일관해 안팎의 비판을 자초했다. 이 고검장이 지배했던 중앙지검이 ‘정권방탄’에 앞장섰다는 의심을 지울수 없는 대목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 검사장 체제에서 두 사건 수사가 어떤 식으로 흐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가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 한 것은 맞지만 친정부 성향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을 수 있는, 그의 처세 때문이다.
이 검사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교 후배로, 검찰 내 ‘빅4’ 중 하나인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넘버2인 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일각에서 이 검사장이 현 정부의 새로운 ‘검찰 황태자’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표면상 이 검사장이 박 장관의 신임을 얻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친정부 성향의 인사로 예단키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검사장이 그동안 자신의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 인사가 연루된 두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이 검사장의 정치적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 전임자처럼 정권 말기까지 주요 현안 수사를 ‘뭉개기’로 일관할 지, 신속한 수사로 정권 부담을 덜어낼 지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검사장도 자신이 처한 위치나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임기 첫날인 지난 11일 적체 사건 처리 기준과 관련한 질문에 “관심이 많은 건 다 이해하고 있고, 천천히 검토해서 결과를 보고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로선 이 검사장은 신속한 수사 진행 또는 뭉개기라는 극단적 선택지 대신 검찰 중간 간부인사 이후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될 차장·부장검사의 판단에 사건처리를 일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A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어느 순간에는 결단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사건 처리 시점이나 방향을 두고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