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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조용한 톈안먼 사태 32주년, 中 침묵

너무나도 조용한 톈안먼 사태 32주년, 中 침묵

기사승인 2021. 06. 0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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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부분적으로 추모, 대만에서는 대대적 추도
중국의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 사태가 4일로 32주년을 맞았다. 당시 희생자들이 요구한 민주화가 이뤄졌다면 대대적인 추모나 기념 행사가 벌어졌을 수도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날 중국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홍콩도 마찬가지였다. 일부에서는 소규모 추도 모임이 열렸으나 대형 행사는 경찰의 삼엄한 단속으로 인해 원천봉쇄됐다. 이에 반해 대만에서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까지 나서서 ‘애도’를 표하는 등 대대적 추모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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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6월 4일의 톈안먼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의 모습. 32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와 조금 비슷한 모습조차 찾을 길이 없다./제공=홍콩 밍바오(明報).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4일 전언에 따르면 이처럼 홍콩에서조차 톈안먼 사태라는 단어가 금기시되면서 추모 행사가 통제되는 것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무엇보다 당국이 철저하게 통제를 강화하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나 애도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태의 현장인 톈안먼 광장의 이날 분위기가 모든 것을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평소처럼 관광객들이 북적이기는 하나 공권력의 통제와 감시가 무척이나 살벌했다. 우선 사복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무장 경찰들 역시 광장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 확실히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었다.

20, 30대들을 필두로 하는 중청년들의 이기적인 사고방식 역시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아예 정치에 관심이 없으니 톈안먼 사태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설사 알고 있더라도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 과거에 발생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좋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후반의 베이징 시민 자오(趙) 모씨가 “요즘 젊은 세대들은 너무 풍족하게 자라 자기밖에 모른다. 기가 찰 따름이다. 향후 이들이 기성세대로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하면 끔찍해지기도 한다”면서 개탄하는 것은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사태의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대만인들이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특히 차이 총통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32년 전 톈안먼 광장에서 희생된 젊은이들과 매년 6월 4일 촛불로 이를 애도한 홍콩 친구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는 추모의 글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내년부터는 홍콩에서도 소규모 추모 행사조차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톈안먼 사태가 완전 잊히는 것은 서서히 현실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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