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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메이드인차이나’는 없다” 프랑스 지역술, 중국에서 승소

“더 이상 ‘메이드인차이나’는 없다” 프랑스 지역술, 중국에서 승소

기사승인 2021. 04. 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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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앞으로 '디종산 크렘 드 카시스(Creme de cassis)' 명칭 못 써
프랑스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아 2년간 법정 싸움
크렘드카시스
프랑스 디종의 특산품인 ‘크렘 드 카시스’. 디종 지역에서 수확한 카시스 열매를 넣고 만드는 술이다./사진=게티이미지
앞으로 중국에서 만드는 ‘크렘 드 카시스’에 ‘디종’이라는 지역명을 넣을 수 없게 됐다고 20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웨스트 프랑스가 보도했다.

부르고뉴 지역의 디종은 프랑스 파리에서 약 300km 떨어져 있는 도시다. 디종 머스타드 소스로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크렘 드 카시스 또한 지역의 효자 생산 품목이다. 크렘 드 카시스는 ‘카시스’라는 열매로 만드는 술이다. 크렘 드 카시스는 알콜 농도가 약 25%로 프랑스에서는 주로 식사 후 소화를 위해 마신다.

1841년에 탄생한 크렘 드 카시스는 증류주에 카시스 열매와 설탕을 넣어 빚는 술이다. 열매의 품질, 제조 과정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영어권에서 블랙커런트라고 부르는 카시스는 북유럽, 북아시아가 원산지다. 프랑스에서는 날씨가 서늘한 부르고뉴 등지의 산이 많은 지역에서 자란다. 그래서 부르고뉴 디종에서 난 카시스만으로 만든 크렘 드 카시스에 ‘디종’이라는 지역명을 특별히 붙인다.

이미 2012년에 디종산 크렘 드 카시스는 지리적 보호 표시(IGP)를 획득했다. IGP에 따르면 디종산 크렘 드 카시스는 반드시 디종에서 만들어져야 하며, 최소 1리터 당 200그램의 카시스가 들어있어야 한다. 중국에서 만드는 ‘짝퉁’ 디종 크렘 드 카시스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향이 첨가된 설탕물이었다.

자국 문화를 잘 보존하는 프랑스는 상품의 원산지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예를 들어 발포성 와인을 대표하는 ‘샴페인’은 오로지 프랑스 상파뉴(샴페인) 지역에서만 생산한 발포성 와인을 말한다. 상파뉴 외에서 만들어진 발포성 와인은 ‘크레망’, ‘프로세코’ 등 생산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2019년 전국 원산지·품질협회(INAO)가 디종 카시스 생산자 협회에 중국에서 포착한 짝퉁 디종산 크렘 드 카시스를 제보했다. INAO는 1935년 설립된 프랑스의 정부기관으로 자국 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프랑스 내에서 생산되는 와인, 농산물, 농산물 가공물의 지리적 원산지·명칭·품질 등을 관리한다.

디종 카시스 생산자 협회장 클레르 브리오테는 “중국 주류회사는 물, 첨가향, 설탕만 든 병에 디종산 크렘 드 카시스란 이름을 붙이고 시장에 유통했다”고 말했다. 브리오테 협회장의 가족은 디종에서 1836년부터 6대에 걸쳐 크렘 드 카시스를 만들어 오고 있다. 디종산 크렘 드 카시스를 만드는 양조장은 디종에 브리오테 협회장이 이용하는 곳을 포함해 단 4군데뿐이다.

디종산 크렘 드 카시스는 매년 약 850만병이 디종에서 생산되며, 그중 25%만이 해외로 수출된다. 중국으로의 수출량은 아주 적은 편이며 디종산 크렘 드 카시스의 가장 큰 시장은 일본이다. 따라서 디종산 크렘 드 카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혼합 설탕물’의 유통은 디종 카시스 생산자들에 큰 위협이 됐다.

INAO의 협조 하에 2019년 7월 디종의 양조장이 모두 힘을 합쳐 중국에서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2년간의 싸움 끝에 결국 중국에서 특허청의 역할을 하는 중국 국가지적재산국이 디종 카시스 생산자 협회의 제소를 받아들였다. 브리오테 협회장은 19일 AFP 통신에 “2년 동안 고생했지만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올해는 크렘 드 카시스가 탄생한지 180주년이 되는 해라 이번 승소가 더 의미 있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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