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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여행 펜트업(억눌린 pent-up)’에 만반의 대비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작업과 자산 유동화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해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으로 세계 7위 국적 항공사 도약을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에 다가올 항공 부흥기 대응 특명이 떨어진 셈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93%(1050원) 상승한 2만7750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대한항공 주가는 한 달 전(11월 9일 종가 2만1800원)보다 27%나 뛰었다.
아시아나 인수작업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일 법원이 사모펀드 KCGI가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후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작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자산 유동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만은 안개속이다. 대한항공은 기내식·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 칼(KAL) 리무진 판매 등을 마무리 지은 데 이어 최근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5000억원 규모의 송현동 부지 매각은 서울시와의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3일 서울시청에서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만나 송현동 부지 매각 관련 협의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 없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져 서울시가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던 송현동 부지 매각 조정 최종 합의 서명식을 돌연 취소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문제에 대해 국토교통부장관의 지도·조언 권한의 발동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국토부의 답은 없는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21년까지 이행해야 할 자구안에 송현동 부지 매각이 핵심인만큼, 조속히 매각 절차가 이뤄져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올해 초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원화 발표로 민간 매각의 길이 막혔고, 게다가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매각 합의식이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부지 매각의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침체된 항공 수요를 살리기 위해 방역 우수국가간 이동시 격리기간을 면제 또는 단축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시행을 정부에 요청하는 등 여행 수요 회복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백신 보급이 예상보다 빨라질 기미를 보이면서 항공업계는 제2의 항공 부흥기도 더 빨리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며 “내후년 이후 회복을 점치던 업계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 내후년 상반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회복 이후에는 항공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합병 후 또 한 번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다가올 항공 부흥기를 잘 활용해야하는데, 지금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난제들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관련 준비 작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영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신속히 마무리해 항공 붐업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