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요성 커져…파운드리 강화에 질적 성장 달려
애플발 파운드리 물량 쏟아져…TSMC 점유율 뺏어야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6조4703억원이다. 그러나 최근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을 7조원대로 상향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7조3820억원으로 예상치를 발표했고 이어 대신증권과 현대차증권도 각각 7조600억원, 7조5200억원의 수정 전망치를 발표했다.
당초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전망은 스마트폰·가전 수요 감소로 비관론이 우세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잠재운 건 반도체 부문의 선전이었다.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D램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DDR4 8기가비트(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3.31달러로 4월 말보다 0.61% 늘었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실적에 반영되는 가격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올 들어 매달 상승해, 5월 말 기준 지난해 말보다 17.8% 늘어났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만 5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이런 가격 상승을 반영해서다.
2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이 부회장의 눈은 본격적으로 파운드리에 향했다. 이 부회장은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1등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면서 파운드리 사업 강화로 시스템 반도체(비매모리 반도체)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와 시스템의 비중은 4대 6으로 최근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의 등장은 메모리보다 시스템 반도체에 더 많은 힘을 싣는다. 이 부회장이 유독 시스템 반도체 영토 확장에 신경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를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15일 반도체 담당 경영진과 릴레이 간담회를 갖고 위기 극복 전략을 점검했다. 당시 글로벌 반도체 시황과 투자 전략, 미세공정 개발 로드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나흘 뒤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며 임직원의 분발을 독려했다.
파운드리 업계의 급변도 그가 조바심 내는 이유다. 애플은 지난달 23일 연례 개발자 행사 ‘WWDC 2020’을 통해 PC 제품에도 기존 인텔 칩을 빼고 자체 설계 칩을 넣겠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의 가장 큰손인 애플이 대량의 칩 발주에 나서면서 벌써부터 수주전이 예상된다.
일단 애플의 자체 설계 A칩을 업계 1위 대만 TSMC가 생산하는 만큼 TSMC가 최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TSMC의 생산여력이 제한돼 있는 만큼 애플이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에 맡기거나 엔비디아·인텔 등 다른 TSMC 고객들이 삼성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 점유율 확대가 절실한 삼성은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TSMC의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1.5%, 삼성전자는 18.8%다.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TSMC와 경쟁에서 큰 성과를 보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선 “반도체 인도 시점이 늦어지면 고객사들의 제품 출시와 마케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삼성이 생산능력으로 잘 설득할 수 있다면 애플에게 상당 물량을 수주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