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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불가분성, 그리고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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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7. 03. 17:30

김지수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리지스트·에칭가스를 4일부터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한국의 관련 업계는 물론 일본 업체들도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아시히신문은 이번 조치를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공 배상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라고 규정하면서 “참의원(일본 의회의 상원) 선거 공시를 앞두고 분명한 자세를 보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내수용 카드'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전세계가 하나의 마을처럼 가까워진 지구촌 시대가 되면서 한 나라의 정책은 단순히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 지 오래다. 반대로 강력한 대외정책 추진으로 자국 내 지지율 견인을 꾀하는 것 역시 트럼프 시대의 ‘뉴 노멀’처럼 돼버린 측면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를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지는 것도,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국내 정치 문제가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로 자국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적어도 이번 조치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업체들은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을 빚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한국 외에 딱히 수출할 곳을 찾기 어려운 일본 기업들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정부에 우호적인 일본의 보수 언론들마저 “징용공 판결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통상 규제 카드는 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고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많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베 정부가 눈앞의 선거에 눈이 멀어 자국 기업의 수출길마저 막아버린다면 그야말로 스스로 제 무덤 파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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