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주홍글씨’ 씬. 한석규와 공동 출연했던 이 영화에서 이은주가 ‘Only When I Sleep’을 열창하는 이 장면은 지금도 그가 내게 주는 최고의 헌사. 저 많은 재능을 왜 한꺼번에 소멸시켜버렸을까, 여전히 안타까운 회한.
두번째는 ‘보보’가 부른 뮤직비디오의 이은주. 탤런트 강성연이 ‘보보’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하던 때가 있었다. 2001년 그녀가 내놓은 ‘늦은 후회’란 노래는 상당히 인기를 끌었고, 여기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바로 이은주. 그녀의 ‘예쁜’ 모습이 상당히 노래와 어울려, 지금도 ‘still’ 좋다는 사람들, 많다.
세번째, KBS 영화프로그램에서 2013년 소개한 그녀와 이병헌 주연의 ‘번지 점프를 하다(Bungee Jumping Of Their Own), 2000’ 소개 동영상. 나이 답지 않은 성숙함 뒤켠의 순수. 이은주만의 독특함이 120% 덕지덕지 묻어난 영화. “젓가락은 시옷 받침이쟎아, 근데 왜 숟가락은 디귿 받침이야” 이 영화에서 그녀가 물었다. 국문과 나왔지만, 나도 모른다.
네번째는 ‘연애소설 인터뷰 편집’. 2002년작 ‘연애소설’ 역시 이은주 ‘냄새’를 물씬 풍긴 영화. 차태현, 손예진과 그려낸 우정과 사랑 얘기. 특히 영화 속 자기 죽음에 대한 그녀의 ‘기대’는 그녀 자살과 맞물려 지금도 맘 저리게 한다는 평가.
마지막, ‘문근영과 이은주...’라는 제목의 그녀 추모 영상. KBS1 제작. 시점 미정. 문근영을 위시해 그를 아는 지인들이 나와 이제는 웃으면서 그녀를 추억한다. 어쩌면 속, 우울과 고독이 겉, 웃음과 상냥을 거세한 것일지도. 그녀 스스로 그걸 선택한 것일 수도. 모두를 울려놓고, ‘울지마라’ 그가 말하는 듯.
덧말: '고 이은주 추모 10주기 - 이은주 특별전'이 오는 2월 23일 CGV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개최된다.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 나무엑터스가 마련한 행사.
'번지 점프를 하다'(2001)와 '안녕! 유에프오'(2004), '연애소설'(2002)’을 볼 수 있단다. 나무엑터스 및 CGV아트하우스 페이스북 이벤트로 응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