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 측 “통화량 조절 위한 것, 수익과 상관없다”…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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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게임 포커에서는 유료회원들이 지불하는 월정액의 크기에 따라 다른 비율로 딜러비 할인을 해주고 있다/사진=한게임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아시아투데이 최석진 기자 = 불법 도박판이 벌어지는 속칭 ‘하우스’는 도박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입장료에 해당하는 고리를 뜯어 수익을 올린다.
게임에 참여하는 참가비, 장소를 제공하고 각종 잔심부름을 해주는데 대한 일종의 수고비, 수수료 명목의 돈이 고리다.
일반적으로 고리는 처음 입장할 때 얼마라는 식으로 한 번에 받지 않는다. 고객들이 게임을 하는 중간 중간 판돈의 크기에 따라 일정금액씩 떼어가는 돈이다.
가령 쌓인 판돈이 10만원 정도 되는 비교적 작은 판에서 2000원을 뗀다면, 판돈이 300만원 정도로 커진 판에서는 5만원을 떼는 식이다. 어차피 300만원이라는 큰돈을 한 번에 딴 고객 입장에서는 5만원 정도 떼어가도 크게 기분이 나쁘진 않다.
하지만 하룻밤에 적게는 수백판에서 수천판이 돌아가다 보면 이런 식으로 몇 천원, 몇 만원 떼어가는 돈이 합쳐져 만만치 않은 액수가 된다.
고리로 하룻밤에 500만원을 떼어가도 도박에 푹 빠진 고객들은 그 돈은 내가 낸 돈이 아니라는 기분이 든다. 직접 돈을 내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신을 포함해 같이 게임을 하고 있는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인데도 말이다.
현행 형법상 ‘도박개장죄’ 성립을 위해서는 ‘영리의 목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박 장소를 제공해도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없다면 단순한 ‘도박방조’에 불과한데 이처럼 하우스를 열고 고리를 뜯는 것은 영리를 위한 도박개장의 전형적 모습이다.
놀랍게도 지금 한게임에서는 하우스에서나 볼 수 있는 고리 뜯는 장면이 목격된다.
한게임 포커에서는 일명 ‘딜러비’라는 명목으로 매판 이용자들로부터 일정액의 포커머니를 떼어간다.
앞서 예로 든 하우스 사례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 판에서 이긴 이용자가 딴 포커머니의 극히 일부를 수수료로 떼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몇 백개의 포커방에서 게임이 진행되고, 판마다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액수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게임 측은 ‘한게임 포커는 절대 도박이 아니며 단지 게임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사이버 머니를 통한 베팅이 가능하게 했을 뿐’이라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굳이 매판 수수료를 떼어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한게임 측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게임 포커머니는 머니상을 통해 언제든지 손쉽게 현금화가 가능하다.
한게임이 이용자들로부터 떼어가는 딜러비도 결국 현금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한게임 측이 이런 식으로 매판마다 수거해가는 사이버 포커머니를 어떤 식으로 처분하는지, 가령 폐기처분하는지 어떤지는 확인된 바 없다. 단지 한게임 측은 포커게임 내에서 잭팟이나 시간이벤트 등에 사용한다고 안내할 뿐이다.
일각에서 한게임 측이 적발한 머니상이 갖고 있던 포커머니나 거둬들인 딜러비를 머니상, 그 중에서도 추적이 어려운 중국 등 외국서버를 이용하는 머니상에게 처분해 현금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더 황당한 것은 한게임 포커(6종류 중 파티훌라 제외)에서는 이용자들에게 떼어가는 딜러비의 비율에 차별을 두는 방법으로 또 다른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 이용자들이 포커 게임에서 이겼을 때 한게임 측에 떼이는 수수료는 3%다. 하지만 한달에 4000원을 내는 A-Plus 회원의 경우는 2.5%, 월 1만원을 내는 V-Plus 회원의 경우 2.0%, 월 3만원을 내는 W-Plus 회원의 경우 1.5%의 딜러비만 내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게임에 이겼을 때뿐만 아니라 게임에 필요한 포커머니를 머니상으로부터 사고팔 때 계속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내야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월정액을 내는 포커플러스 회원에 가입하게 된다.
사람들이 모여서 도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현금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 게임칩(포커머니)을 아바타로 포장해 팔고, 다시 딜러비라는 이름으로 포커머니를 거둬들여 가는 악순환 속에 한게임은 매년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포커머니가 단지 사이버 공간에서만 의미 있는 말 그대로 사이버 머니라면 한게임 측은 왜 굳이 수수료를 떼어가는지, 그런 식으로 떼어간 수십조원(현금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머니의 행방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왜 수수료에 차별을 둬 돈벌이에 이용하는지 의문이다.
한게임 측은 이에 대해 “딜러비는 게임 내 통화량 조절을 위한, 즉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통화를 지급하는데 대한 소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포커머니를 소비하지 않고 계속 발행만 하게 될 경우 (실물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처럼 포커머니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이용자들이 더 많은 돈을 지급하고 포커머니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게임은 게임 내 재화를 돈으로 환전해 주거나 재화를 직접 판매하지 않으므로 게임 내 사이버 머니로만 사용될 뿐이며 한게임의 수익이나 매출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인플레가 일어나 포커머니 가치가 떨어지면 더 비싼 가격으로 아바타를 구매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한게임 측이 아바타에 포커머니를 결부시켜 판매하는 상황에서 과연 ‘포커머니(재화)를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지, 또 안정적인 포커머니(아바타)의 판매가 곧 한게임의 수익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딜러비는 수익 혹은 매출과 상관없다’는 설명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답변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