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한게임은 도박이다①] 포커머니 거래의 장 친구경기장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840397

글자크기

닫기

최석진 기자

승인 : 2013. 07. 16. 06:20

* 절대 없앨 수 없는 환전통로...한게임, 단속 흉내만
한게임 7포커 친구경기장에 머니상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방을 개설하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한게임 홈페이지 화면 캡처

아시아투데이 최석진 기자 = 우리나라 최대 도박장은 어디일까? 강원랜드 카지노? 아니다. 강원랜드는 입장 시간과 퇴장 시간이 정해져있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 

반면 1년 365일, 매일 24시간 잠시도 쉬지 않고 성업 중인 도박장이 있다. 한 달에 불과 몇 시간, 서버 점검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수천명에서 수만명이 포커나 고스톱 게임을 통해 1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사이버 머니를 따고 잃는다.

이곳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의 한게임이다.

한게임 측에서도 사이버 포커머니를 사고팔 수 있는 머니상이 생기면서 한게임 포커나 고스톱이 도박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점을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은 전혀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며 우리는 머니 거래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한게임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런데 한게임 포커로 수억원의 재산을 잃고 건강까지 망가진 피해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한게임의 이 같은 상황은 이용자나 머니상들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게임 측은 이런 저런 아이템과 게임 룰을 통해 이용자들이 게임에서 얻은 포커머니를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머니상이 보다 용이하게 포커머니를 사고팔 수 있을 때 한게임 측이 아바타에 끼워 팔고 있는 포커머니도 불티나게 팔린다.

사이버 포커머니의 환전이 불가능해진다면 이용자들이 현금을 주고 한게임 포커 아바타를 살 이유가 없다.

◇사이버 머니가 현금으로 바뀌는 공간 친구경기장

15일 현재 한게임 포커는 7포커, 하이로우, 로우바둑이, 라스베거스포커, 맞포커, 파티훌라 등 6종류다. 이용자들은 보유한 포커머니에 따라 평민부터 신까지 신분이 구분되며 각각 입장할 수 있는 경기장이 제한된다.

그런데 그 여러 개의 방 중에는 친구경기장(자유경기장)이란 게 있다. 말 그대로 100만원을 가진 평민이든 100억원을 가진 신이든 누구나 입장해 게임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대개의 경우 적은 돈을 가진 사람끼리, 억대의 돈을 가진 사람끼리 수준에 맞는 이용자들이 어울려 게임을 한다.

100만원을 가진 사람이 100억원을 가진 사람과 붙어봤자 불과 몇 판이 지나지 않아 가진 돈을 모두 잃게 된다는 건 포커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럼 왜 굳이 친구경기장이 필요한 걸까? 
그건 사이버 포커머니가 현금으로 환전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게임에서는 게임 아바타에 포커머니를 끼워 팔고 있다. 1만원을 주고 아바타를 사면 6억원의 포커머니가 따라온다. 이용자들이 한게임이 판매하는 아바타를 통해서만 포커머니를 구입한다면 사실상 친구경기장은 불필요하다.

100억원을 가진 사람이 100만원을 가진 사람과 게임할 필요도 없다. 친구경기장은 오로지 머니상들이 이용자들로부터 포커머니를 사고팔 수 있는 장소로 마련된 곳이다.

게임머니를 다 잃은 이용자에게 수백억원을 가진 머니상이 현금을 선입금 받은 뒤 져주는 게임을 통해 포커머니를 넘기기 위해서는 레벨이 안 맞는 두 이용자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친구경기장만 없애도, 포커머니 환전상이 돈을 받고 머니를 넘길 수 있는 공간은 없어진다. 하지만 한게임은 그런 공간을 버젓이 열어놓고 없애지 않고 있다.

왜 일까? 머니상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어야, 다시 말해 한게임 포커에서 딴 사이버 머니가 손쉽게 현금화될 수 있어야, 한게임 포커이 살아나고, 아이템도 많이 팔 수 있다. 이는 곧바로 매출로 연결된다.

한게임 아이디를 만들어 포커 종류에 상관없이 친구경기장에 들어가면 단 둘이서 게임을 하는데 서로 계속 베팅을 하다가 마지막에 한 쪽이 게임을 포기하면서 포커머니를 넘기는 장면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게임할 생각도 없이 머니를 살 고객이 들어오길 기다리면서 혼자 게임방에 들어가 있는 머니상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00명이 넘는 모니터링 요원을 두고 머니 거래를 단속 중이라는 한게임 측이 이런 광경을 훤히 들여다보면서도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전시효과를 노린 머니상 단속이 가끔 이뤄지긴 하지만 정말 맘먹고 단속에 나선다면 적발할 수 있는 머니상 수의 10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극소수의 머니상만을 걸러낼 뿐이다.

친구경기장만 차단하면 지금처럼 원활한 머니 거래는 어려워진다. 한게임의 매출은 확연히 줄겠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한게임이 ‘국민 도박의 장’이 되는 폐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석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