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포트폴리오 등 수익 다변화
펀더멘털 강화 통해 'PBR 1배'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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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1배'는 금융그룹 입장에선 '꿈의 숫자'다. 전체 금융주 중에서 PBR 1배가 넘어선 곳은 메리츠금융과 카카오뱅크 뿐이다. 리딩금융그룹인 KB금융그룹도 0.5배 수준에 머물러 있고 하나금융도 0.41배에 그치고 있다.
금융그룹은 매년 수조원씩 순익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시장에선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 실정이다. 이에 함영주 회장은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밸류업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비은행 포트폴리오 등 수익 다변화에도 시동을 걸어 그룹 펀더멘털 강화를 통해 PBR 1배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함영주 회장은 27일 "밸류업 드라이브로 PBR 1배의 벽을 넘겠다"며 CEO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0월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구체적인 기업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는데, 함 회장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보다 강도 높은 밸류업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하나금융의 주요 밸류업 계획은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통해 EPS(주당순이익), BPS(주당순자산) 지표 개선 △연간 배당총액 고정 및 분기 균등 현금배당 통한 배당의 예측가능성 제고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 사업포트폴리오 개선 통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유지 등이다.
함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그룹 CEO로서 지난 3년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이 밸류업"이라며 "그룹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밸류업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조7388억원의 순익을 거둬 금융그룹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이를 토대로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율도 끌어올렸다. 함 회장 취임 첫 해인 2022년 주주환원율은 27%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38%까지 높였다. 올해는 40% 이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에 걸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결과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만 주가가 32%가량 오르면서 4대 금융그룹 중 KB금융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주가상승률을 나타냈는데, 올해도 주가가 8% 이상 오르며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그는 밸류업 정책 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 등 책임경영과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 등을 통해서도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달 20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주관한 코리아 컨퍼런스와 26일 진행된 모건스탠리와의 회동에 함 회장이 직접 참여해, 그룹의 실적과 공고한 펀더멘털, 이를 기반으로 한 밸류업 정책에 대해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함영주 회장은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국내외 IR을 적극 참여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펼쳐왔다"면서 "이번 JP모건과 모건스탠리와의 미팅에서도 그룹의 밸류업 추진 계획 등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금융그룹 CEO 중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과 함께 하나금융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왔다. 그는 지난해 말 5000주를 장내 매입하며, 보유주식수를 1만5132주로 확대했다.
함 회장은 내달 말 시작되는 2기 체제에서도 밸류업과 함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수익구조 개편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주주환원 확대 조건이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룹의 비은행 비중은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은행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85%에 달했다. 14개 계열사들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높여 그룹의 비은행 부문 수익 기여도를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함 회장은 "밸류업의 핵심은 한정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주 자본비율을 13~13.5%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주주환원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