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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과학 비즈니스 매체 엑스페르트는 27일(모스크바 현지시간) 러시아의 사회·정치·심리 분야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근거로 최근 몇 주간 미국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논평했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러시아 시민 다수가 가져왔던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미국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 며칠 만에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양국의 관계가 평등하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로 회귀하면 러시아 국민들에게 미국의 이미지가 더 긍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동안 러시아인들은 미국이 근거없는 우월감으로 비서방권을 무시해 왔다고 여겼으나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그런 부정적 인식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봤다.
학자들은 러시아 국민들이 미국에 대해 철저하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지정학적 대립이 심각했던 시기에도 미국의 각종 기술적 성과와 할리우드 문화 산업 콘텐츠, 패션 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샤틸로프 러시아 연방정부 금융대학교 교수는 "러시아인들에게 미국은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지만, 다수 러시아인은 다소 과시적이고 촌스러운 이미지의 미국 문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심지어 미국의 화려함은 상당수의 러시아 국민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샤틸로프 교수는 "미국은 냉전기에도 '소프트 파워'를 통해 소련 국민의 영혼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며 "소련이 냉전에서 패배한 것은 미국의 화려한 사회모델에 대한 문화적·일상적 대안을 개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 학자들은 미국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반감을 소련 시대의 선전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치부해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비우호적 정책이 과거와 현재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엘레나 셰스토팔 모스크바 주립대 정치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에 대한 소련의 부정적 선전은 피상적으로만 남아있고, 미국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깊고 무의식적인 태도는 다른 민족·국가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 외국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과 딱히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종교나 민족우월주의, 파시즘 등이 조장하는 외국인 혐오가 아니라 과거 외세의 침략에서 생긴 정신적 상처(트라우마)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셰스토팔 교수는 "트럼프의 SNS 게시글 몇개로 정신적 상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근본적 태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