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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액은 종이나 비단, 널빤지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쓴 액자를 일컫는다. 지난해 일본에서 그 존재를 찾은 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조선 왕실의 뿌리와 전통의 계승을 상징하는 경복궁 선원전의 위엄과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역대 왕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봉안한 건물이다. 조선 왕실은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에 선원전을 각각 뒀는데 임금이 거처하는 곳을 옮길 때는 어진도 함께 옮겨 지극한 예를 갖췄다. 이번에 공개된 편액은 가로 312㎝, 세로 140㎝ 크기로 큰 편이다. 검은 바탕에 금빛으로 '선원전' 글자를 새겼고 바탕판 주변에 테두리를 붙여 부채, 보자기 등 칠보(七寶·일곱 가지 귀한 보물이라는 의미) 문양을 그려 넣었다. 테두리를 연장한 봉에는 구름무늬를 조각해 위계가 높은 건물임을 나타냈다.
국가유산청은 "각 궁궐의 선원전 건립 및 소실과 관련한 정황, 기록 등을 고려하면 1868년 재건된 경복궁 선원전에 걸렸던 편액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조선 왕실의 귀한 유산인 편액은 가까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2023년 말 일본의 한 경매에 유물이 출품됐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즉각 경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소장자를 설득했다.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는 편액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2012년부터 '국가유산지킴이'로 활동하며 환수를 지원한 7번째 문화유산이다. 라이엇게임즈는 그간 약 100억원을 기부했고, 이 중 36억원이 문화유산 환수·활용에 쓰였다.
조혁진 라이엇게임즈 한국 대표는 "게임도 문화의 일부"라며 "현대 문화를 만드는 기업으로써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밝혔다.
경복궁 선원전 편액이 어떻게 반출됐는지 밝히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펴낸 '조선 왕실의 현판 Ⅰ' 자료에 따르면 경복궁 선원전은 1897년 고종(재위 1863∼1907)이 경운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빈 곳으로 남았다. 이후 선원전과 부속 전각은 훼철돼 1932년 서울 장충동에 있던 박문사(博文寺)를 짓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문사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기리기 위해 세운 절이다.
그러나 소장자 측은 초대 조선 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1852∼1919)와의 관련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사가 온라인으로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소장자는 "(데라우치가) 총독 임기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경복궁 선원전을 해체해 (고향에) 옮겨 세웠다"고 주장했다. 편액과 관련해서는 "1942년 태풍으로 건물이 소실됐으나, 무너진 건물의 해체 작업을 하던 사람이 (편액을) 발견해 보관해왔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장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복궁 선원전의 흔적을 찾으면서 향후 복원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는 곳이 경복궁의 선원전 권역이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의 '경복궁 2차 복원 기본계획 조정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종으로 이전하는 시점에 맞춰 2030년부터 선원전 일대 복원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