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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매체 비오비오는 25일(현지시간) 북미에 머무르던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다시 남미로 복귀하며 멕시코에서 파나마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나마에서 콜롬비아로 이동하는 이민자들은 중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관문인 밀림 늪지대 '다리엔 갭'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리엔 갭 인근 마을마다 가이드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이민자가 최소 수백명씩 북적이고 있다. 다리엔 갭은 각종 사고 및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죽음의 밀림'으로 불린다.
미국 입국에 실패해 멕시코에서 6개월 지낸 베네수엘라 출신 존 오로스코(49)는 다리엔 갭을 거쳐 남미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파나마에 밀입국했다.
멕시코에서 출발한 후 900달러(약 130만원)를 썼다는 그는 "올라올 때보다 비용이 더 들지만 남미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혹시라도 중간에 검문에 걸리면 베네수엘라로 송환될지 몰라 검문소가 있는 곳을 피해 길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마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콜롬비아에서 북미로 넘어가기 위해 다리엔 갭에 진입한 사람은 2158명이다. 지난해 동월 3만4839명에 비해 약 94%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북미에서 남미로 가기 위해 다리엔 갭에 들어선 이민자는 사실상 전무했다. 복수의 중남미 매체는 이민 행렬의 방향이 반대로 바뀐 것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다리엔 갭이 위험해 꺼려지면 소형보트를 이용해 파나마에서 콜롬비아로 건너갈 수 있다. 밀입국을 돕는 불법 보트의 탑승료는 1인당 최소 225달러(약 32만원)지만 최근 이용자는 몰리고 있다.
해상 루트를 선택하는 이민자가 늘면서 최근엔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파나마 당국은 지난 21일 표류하던 보트를 발견해 탑승자 20명을 구조했으나 8세 어린이 1명이 숨졌다. 탑승자 21명 중 사망자를 포함한 19명은 남미로 가던 이민자였다.
남미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민자 중에는 베네수엘라 출신이 가장 많다. 사실상 떠돌이 신세가 됐지만 대다수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모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칠레에 정착하기를 원한다.
베네수엘라 출신 여성 카를라 카스티요(36)는 칠레를 최종 목적지로 삼고 남미로 이동하고 있다. 5년간 칠레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베네수엘라에 남겨두고 온 자녀들과 함께 미국에 가려고 칠레에서 나왔는데 정말 후회한다"며 다시 칠레로 돌아간다고 했다.
경제가 개방적이고 안정된 칠레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정착하기 원하는 인기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칠레 당국은 이민자가 증가하면 범죄가 늘고 사회정책 비용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이민을 반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고 현지에서 2차 엑소더스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칠레는 남미 국가들에 "국가마다 쿼터를 두고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받아들이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