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무책임자 경력 갖춰 눈길
KB금융 내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였거나 재무부서를 관할했던 인사들이 또다시 핵심 자회사 CEO로 등용된 셈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윤종규 전 회장 때부터 이어져 왔다. 윤 전 회장 체제에서 등용됐던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사장,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도 그룹 CFO를 거쳤다.
윤 전 회장도 회장 취임 전 그룹 CFO를 역임한 바 있다. 그룹의 자금 조달·운용을 관리하고, 비즈니스 전반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CEO로서의 경영자질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임기가 끝나는 자회사 5곳의 대표이사 후보 선임 절차를 마쳤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 국민은행의 새 사령탑엔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을 추천했고, KB국민카드와 KB라이프생명 사장 후보엔 김재관 그룹 재무 담당 부사장과 정문철 국민은행 기업고객그룹대표 부행장이 각각 내정됐다.
이번 대표이사 인사로 KB금융만의 인사 트렌드는 더욱 두드러졌다. CFO 등 그룹 재무 담당 임원이거나 재무부서를 총괄했던 인사가 핵심 자회사 대표이사를 맡는 경향이 한층 심화된 것이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후보자와 김재관 국민카드 사장 후보자는 모두 그룹 CFO를 역임했었고, 정문철 후보자도 은행에서 재무기획부장을 거쳤다.
이처럼 KB금융이 핵심 자회사 CEO에 재무 커리어를 갖춘 인물을 등용한 것이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신한금융그룹 등 경쟁사와도 차별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인사 기조는 전임 회장인 윤종규 전 회장부터 시작됐다. 윤 전 회장도 KB금융 회장으로 취임하기 이전에 CFO로서 그룹 재무를 총괄한 바 있다. 윤 전 회장이 그룹 사령탑을 맡으면서 적극적으로 재무 커리어를 갖춘 인사를 CEO로 등용했고,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등 경영성과로 이어지자 재무 경력을 갖춘 인물들의 요직 발탁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김기환 전 KB손보 사장은 그룹 CFO 출신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한차례 연임에도 성공한 바 있다.
특히 그룹에서 CEO 자질을 갖춘 인물이 다양한 경험을 갖출 수 있도록 요직인 CFO를 맡기는 경향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 내에서 전략과 기획, 영업 등을 거친 인사들을 CEO로 중용하는데, 특히 최근 들어 재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FO는 자금의 운용 관리와 함께 그룹의 전 비즈니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요직"이라면서 "CFO는 경영능력을 높여갈 수 있는 자리인 만큼, 핵심 자회사 사령탑으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