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중 순익 가장 적지만 사업 그룹수 가장 많아
순익 2위 KB국민은행 이어 임원수 가장 많은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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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내정자가 1968년생인만큼 '세대교체'를 염두한 임원 인사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부행장 21명 중 정 내정자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은 11명에 달한다. 이에 부행장 중 최대 40% 가까운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특히 그간 최고참 부행장급을 '부문장'으로 했던 부문장 제도도 이번 조직개편에서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참급 부행장을 따로 두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부서를 통폐합해 빠른 의사소통과 실행력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이번 조직개편안에서는 지난 4년간 유지해온 VG제도도 폐지된다. '옥상옥 구조'와 '공동 평가'로 인한 단점이 더 많다는 의견이 계속돼 오면서다. 이번 인사 혁신안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내년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두고 강한 경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첫 포석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2일 부행장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인사 개편안은 정 내정자가 우리은행장으로 추천된 이후 직접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구상한 조직 쇄신안이다. 우리은행은 12일 책무구조도 관련 이사회를 열고 조직 개편 관련 임원 인사 및 책무 등에 대해 결의를 받은 후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부행장수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 내정자는 그동안 우리은행 조직이 비대하고 임원수도 불필요하게 많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직 통폐합과 함께 부행장수도 줄어드는 '조직 슬림화'로 우리은행의 체질개선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 두번째로 많은 부행장 수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부행장(부문장 포함)은 총 21명으로, 여기에 조사역과 IT데이터솔루션으로 인사 조치된 부행장들까지 포함하면 총 23명에 달한다. 신한은행의 부행장 수는 13명으로 시중은행 중에선 가장 적다. 하나은행이 18명이고, KB국민은행은 총 24명으로 가장 많다.
다만,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중 순이익이 가장 적은데도 불구하고 조직은 비대하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크게 국내영업부문과 기업투자금융부문 등 총 2개 부문으로 나눠져있는데 국내영업부문에는 자산관리, 기관, 부동산금융그룹 등 총 3개 그룹이 포함돼 있다. 기업투자금융부문에는 중소기업, 글로벌, 자금시장 등 17개 부문이 속해있어 총 21개 사업 그룹이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이나 KB국민은행의 경우, 주요 사업그룹 외에 지역 영업그룹만 4~5개에 달한다. 하나은행의 영업그룹은 영남, 호남, 충청, 중앙 등 총 4개로 각 그룹을 부행장들이 맡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면 사업그룹은 14개에 불과한 수준이다. KB국민은행도 경기, 강남, 부울경 등 영업그룹을 제외하면 사업그룹은 20개다. 우리은행의 경우, 따로 지역 영업 그룹을 두고 있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사업 그룹으로만 나눠져있기 때문에 시중은행 중 가장 비대한 조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우리은행은 부동산금융그룹이나 정보보호그룹 등을 통·폐합할 것으로 전해졌다. 각 그룹으로 있던 사업부가 본부로 축소되면서 기존 사실상 폐지했던 상무 제도도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부행장급 인사에는 본부장들의 승진 인사도 대거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정 내정자는 1968년생으로 현재 조병규 행장보다 3년 젊다. 3분기 기준, 우리은행 부행장 중 정 내정자보다 많은 부행장은 총 11명에 달한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본부장들의 승진 인사로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그간 우리은행이 지난 2021년부터 시행한 영업점 협업체계인 VG(Value Group) 제도가 4년만에 폐지된다. 인근 영업점 4~8개를 한 개의 그룹으로 묶어 협업하도록 했던 이 제도는 '옥상옥 구조'로 비효율성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한 명의 지점장이 센터장과 본부장, VG장 등으로부터 이중으로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다가 공동평가를 받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단독 평가로는 1등 점포인데도 VG로 묶여 순위가 떨어지거나, 단독 평가로는 꼴찌인데도 공동평가로 순위가 올라가는 지점이 생기면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정 내정자가 말한대로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