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드리드 당국은 눈 폭풍 필로메나(Filomena)를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반세기만의 폭설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한겨울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던 마드리드 도로는 쌓인 눈으로 완전히 마비됐고 많은 시민이 도로나 집에 갇히게 됐다. 필수 인력인 의료진이나 병원에 가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더욱더 끔찍한 날이었다.
경찰이나 구급대에 전화를 해도 도로가 막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이 오기 부지기수였다. 그때 자원봉사구조단체 ‘SOS 4*4구조단’이 등장했다. 이 구조단은 사륜구동차 소유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오프로드 구조단체로 폭설, 화재, 침수 등 재난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09년에 결성됐다.
|
그는 “빠른 시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던 건 텔레그램(모바일 메신저) 덕분” 이라며 “SOS 4*4 구조단은 병원 별로 텔레그램 채팅창을 개설해 환자나 의료진 누구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게 했으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원이 출동해서 구조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가장 폭설이 심했던 지난 9일(현지시간) 텔레그램으로 진통을 하고 있다는 임산부에서 다급한 메시지가 왔다. 이미 양수가 터졌는데, 폭설로 도로에 갇혔다고 했다. 마침 근처에 있던 엔리케씨는 역주행도 마다하지 않고 마비된 도로를 달려가서 임산부가 갇힌 차를 구조했다. 그와 동료들은 폭설이 시작되고 나흘 동안 밤새 수많은 의료진, 차량 그리고 시민을 구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웃과 거리를 두고 있는 요즘, 스페인에 찾아온 5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에도 큰 피해가 없었던 건 마음만은 가까운 이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