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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권력에 나라가 달라졌다”…문재인정부 출범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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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은 기자

승인 : 2017. 06. 08. 19:29

[나라를 나라답게 :문재인정부 시대정신과 성공 제언]
⑥문재인정부 한 달
권위 없애고 국민 눈높이서 소통
국정수행지지도 84% '역대 최고'
문 대통령, 첫 NSC 전체회의 주재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8일 오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 = 청와대
나라를나라답게
문재인정부가 9일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0일을 하루 앞둔 8일 “겸손한 권력이 돼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새 정부의 지향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아직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며 “‘이게 나라냐’고 물으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께 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윤 수석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나라다운 나라로 가야한다는 목표 의식이 분명하다”며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국민들의 평가도 청와대의 채점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6월 1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국민들의 84%가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의 국정 지지도 최고치를 경신한 결과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록한 83%를 뛰어 넘는 호평이다.

전문가들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한 새 정부의 한 달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인수위 없이, 준비 할 겨를 없이 취임했는데도 신속하게 국정을 정상화시킨 부분은 굉장히 잘했다. 준비된 대통령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호평했다. 또 박 교수는 “새 정부가 국민과 공감을 통해 가야할 좌표는 비전 창출인데 이 대목은 더 잘했다”며 “그동안 지난 정부가 막아왔던 국민들의 소통 출구를 그대로 문 대통령이 풀어줬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인사문제는 다소 옥에 티가 발견된다”며 “인사는 ‘국정 세팅(setting)’ 문제인데 이 부분이 지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새 정부가 ‘한꺼번에 많이’가 아니라 포인트를 몇 가지 잡아 단계적으로 풀어 나가며 국민들에게 신뢰를 보여주면 국민들은 더 많은 지지를 할 것이고 야당을 설득하는 동력도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난항이 이어지고 있는 후속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의 30일 평가에도 이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반성이 담겼다. 윤 수석은 “청와대와 정부가 제대로 구성이 안 됐다”며 “선거 전부터 여소야대 상황에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해 많은 어려움을 예상했고 현재 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난항이 이어지고 있는 후속 인선에 대해 “왜 문제가 없겠느냐”며 “빨리 채우기를 저희가 제일 바라고 있고 인선하는 데 어려움도 있고 내부적 기준들도 지켜야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먼저 다가서기'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가유공자인 박용규씨(가운데)를 부축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들 박종철씨. /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출범 첫 달은 ‘이게 나라냐’는 국민들의 물음에 ‘이게 나라다’는 답을 주는 데 방점을 찍은 30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동안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에 가장 공을 들였다.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념식에서 부를 수 없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고(5월 12일),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세월호 참사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을 인정했다(5월 15일). 화재 현장에서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길 속으로 가장 먼저 뛰어드는 소방관들이 사비로 방화 장갑을 구입하는 부조리도 바로잡았다(6월 7일). 대통령의 사적인 식사비용과 개·고양이 사료비를 본인이 직접 부담하겠다는 ‘상식’이지만 낯선 일들도 계속됐다(5월 25일).

◇국정 조기 안정화 ‘속도감’ 긍정 평가

문 대통령은 탄핵 정국으로 6개월 이상 멈춰선 국정을 바로잡는 데도 집중했다. 취임식 당일 이낙연 국무총리·서훈 국가정보원장·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주영훈 대통령 경호실장을 곧바로 임명했다(5월 10일). 취임 한 달 동안 다섯 번이나 반복된 북한의 도발에 대통령과 안보라인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분(分)단위로 공개하며 ‘준비된 국군통수권자’라는 안정감을 줬다. 또 ‘코리아 패싱’ 우려가 나올 정도로 공백이 컸던 정상외교 회복도 빠르게 진행됐다. 대선 기간 보수 진영에서 가장 많이 우려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이달 말 이뤄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안정화 속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볼 수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준비된 듯한 모습을 높이 평가해주고 싶다”며 “준비된 상태에서 국가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정상화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의원은 “대선 때 했던 공약, 특히 일자리 정책 같은 경우 짧은 시간에 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런 추진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고강도 개혁’도 문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돈봉투 만찬’ 사건의 즉각적인 감찰을 지시하고(5월 17일), 조국 민정수석(5월 11일)·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월 19일)을 임명해 검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또 4대강 사업의 정책감사(5월 22일), 주한민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누락 진상조사(6월 1일) 등을 지시했고, 국정원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국내 정치와의 결별(6월 1일)을 천명했다.

김정숙 여사, 상인들과 포옹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왼쪽)가 30일 오후 경남 진주시 대안동에 있는 진주 중앙시장을 방문, 상민들을 만나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때 당선되면 다시 찾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찾았다. / 사진 = 청와대
◇겸손한 권력·모두의 대통령…외신도 높은 관심

‘겸손한 권력’을 문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동안 직접 실천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실에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당부했고,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외부 일정 때 민항기를 이용하며 낮은 자세로 국민들을 만났다. 또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행사의 의전도 달라졌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옆자리를 채운 것은 4부 요인이 아니라 목함지뢰 사고로 부상을 당한 군인들이었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서 “대통령 임기 중 참석은 오늘이 마지막”(5월 23일)이라며 어느 한 진영의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애국에는 보수와 진보가 없다”는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도사(6월 6일)도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해외 언론들도 새 정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8일 청와대가 공개한 정부 출범 한 달 간의 ‘일일외신동향’에 따르면 미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홍콩 등 6개국에서 273건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은 투명성 강화, 유능한 정부, 민주적 가치 중시라는 공약 이행에 나설 것”이라고, 로이터는 지난 1일 “5월 수출 7개월 연속 증가, 한국 경제 성장 모멘텀 회복 시사”라는 보도를 통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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