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와 탕평, 소통과 화합을 내걸고 정권 인수 준비도 없이 당선 다음날 바로 출범했음에도 지지율이 84%까지 오를 정도로 국정수행이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모습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북한 핵과 미사일, 여야 협치, 각료 인선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어느 때보다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업무지시를 통해 파격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다.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국정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 세월호 참사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 검찰의 돈 봉투 만찬사건 감찰, 4대강 정책 결정과정 감찰 등을 담판 냈다. 이전 정부에서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논쟁적일 수 있는 일들을 결단력 있게 매듭지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에 비검찰 출신 조국 교수를 임명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검사를 임명해서 기수파괴의 선례를 남겼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는 재벌 저격수로 지칭되는 김상조 교수를 지명했는데 모두 개혁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훈 국정원장을 기용해 국정원의 국내 업무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이들 말고도 여러 개혁성향의 인사를 내세웠는데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대통령의 인사에서는 소통과 탕평의 의지도 함께 드러났다. 국무총리에 측근이나 캠프 출신이 아니라 호남 출신의 이낙연 지사를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대선 경쟁자인 안철수 측 장하성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인 김광두 석좌교수를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한 것도 탕평 인사의 좋은 사례다. 특정 정파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개혁·소통·탕평 행보로 국정순항의 기대감을 높였다. 물론 국내외 당면 과제도 산적해 있다.
북핵 문제는 미국 중국 등의 공조를 이끌어내야 하고 사드는 한·미동맹을 해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는 방침인데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 미지수다. 대북접근이 대북 국제공조를 깨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인재풀을 넓혀 조각을 속히 매듭짓고 여야 협치의 성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