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씨는 화력발전소와 댐 건설에도 참여했던 베테랑 산업잠수사로 잠수에 앞서 ‘건강상태 체크만 했어도’ 변을 면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민간잠수부가 생활하는 바지선에 의료시설이 없고, 개인의 의지에 따라 잠수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 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해양경찰청과 민간잠수사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5일 사고해역에 도착한 뒤 이날 오전 6시 5분께 처음으로 잠수했다.
그가 맡은 임무는 언딘과 함께 25m를 잠수해 세월호 5층에 가이드라인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잠수 5분여 만에 호흡이 나빠지고, 연락도 두절됐다.
해경이 즉시 구조팀 잠수사를 들여보냈으나 이씨는 이미 머리에 쓰는 산소호음장비와 허리에 메는 납 벨트가 벗겨진 채 물 위로 상승 중이었다.
구조팀에 의해 이씨가 바지선에 도착,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받으며 목포 한국병원으로 옮겨진 시각은 오전 7시36분께. 이 때 이씨는 사망한 상태였다.
병원에 따르면 CT촬영 결과 이씨의 머리에 공기가 차 있는 ‘기뇌증’이 확인됐을 뿐 피 검사나 외관상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박인호 원장은 “기뇌증은 다쳐서 그렇거나 드물게는 압력차이 때문에 다이빙과도 연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잠수가 원인인지는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가 사용했던 통신장비와 공기공급장비 또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경 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바지선에서 생활해야 하는 민간잠수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간잠수사는 “바지선이나 잠수는 개인의 판단으로 결정된다”며 민간잠수사 관리의 허점을 주장했다.
해군과 해경의 경우 군의관과 감압체임버, 수술실 등을 갖춘 각 함정에서 대기하며 전문적인 의료진에게 건강상태 점검과 치료를 받지만 민간잠수사는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민간잠수사의 혈압과 맥박을 확인한다’는 주장과 전면 배체돼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실종자 수색을 위해 자원봉사를 나온 민간잠수사들은 이씨의 사망소식에 침통해 했다.
지난달 26일 팽목항에 도착해 구조와 수색상황을 지켜봤다는 잠수경력 40년의 원로 민간잠수사는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 잘해보자고 왔다가 그렇게 된 건데 의사자로 지정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잠수사는 이어 “이날 현장을 떠날 생각”이라며 “미국에서는 죽은 사람 위해 산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