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 국채를 매입키로 한 것의 속내에는, 엔·원 환율시장에 개입해 엔화의 상대적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일본 기업들을 지원하고 한국의 수출 가격경쟁력에 타격을 입히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의 아즈미 준 재무상은 지난 4월 17일 한국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고, 5월 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는 3국이 상호 국채를 보유키로 합의했었다.
한일기술협력재단(이사장 조석래)은 1일 '일본지식리포트'에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원화 가치가 엔화에 비해 50% 하락하면서 소니, 엘피다,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하자, 일본정부가 한국 국채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일재단은 "한·중·일 3국이 국채 상호보유를 통해 역내 금융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나쁠 것은 없다"면서도 "부작용 내지 마이너스 효과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의 국채매입 의도는 외환보유액 자산구성의 다변화와 더불어, 무엇보다 엔화 강세를 억제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엔화 강세 억제는 원화의 상대적 강세를 유발시켜, 우리나라의 수출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엔·달러 환율시장에는 자주 개입해 왔지만 엔·원 시장에는 개입한 적이 없었고, 실질적 개입수단도 없었다.
하지만 일본 산업계의 관심은 엔·달러 환율보다 오히려 엔원 환율에 쏠려 있는데,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약진하면서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일본의 주력 수출품목들이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
따라서 이전부터 일본이 한국 국채 매입을 통해 엔·원 환율시장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이번 국채 상호교환 합의도 일본측의 제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정부의 환율정책을 총괄하는 키노시타 야스시 재무성 국제국장은 적극적 외환시장 개입론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한국 국채를 매입하면 원화에 대한 수요증가와 더불어, 엔·원화의 직접 거래가 아니라 달러를 매개로 이뤄지므로 양국 통화의 달러에 대한 환율 변화를 통해서도, 원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더욱이 한국 국채 매입이 일시에 집중되거나 규모가 너무 클 경우,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교란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정부가 우리 국채 투자에 나서면,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한일재단은 "한·중·일 3국이 상대국 국채에 투자할 때, 그 규모와 목적을 사전에 통보토록 하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외환시장에 참여할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외환시장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 미칠 여파도 커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