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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잘린 시체와 찰칵’, 아프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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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재 기자

승인 : 2012. 04. 19. 07:46

정필재 기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사들이 사망한 무장단체 요원들의 시신에서 잘려진 팔·다리와 함께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돼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LA타임스(LAT)는 18일(현지시간) 초판 1면에 게재한 ‘미군, 아프간 폭탄 테러범들의 잘려진 시신 일부와 사진찍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망한 테러범의 사체에서 잘려진 손을 어깨에 올려 놓은 채 포즈를 취한 한 미군 공수부대 병사의 사진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사진이 아프간에 파병됐던 82공수여단 4대대 소속 병사로부터 제공받은 18장의 사진 중 하나로 사망자는 폭탄을 설치하다가 죽은 것으로 현지 경찰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사진 18장 모두 미군들이 사망한 아프간 무장요원의 시신 일부와 함께 포즈를 취한 장면을 담고 있다.

이 언론은 미군 병사들이 사망자의 잘려진 다리를 밧줄로 세워놓고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도 이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사진들이 2010년 자불주에서 촬영됐으며 공개되지 않은 사진 중에는 미군 2명이 잘려진 손에서 중지를 세워 찍은 것도 있다”고 밝혔다.

자불주는 탈레반의 영향력이 강력한 아프간 남부지방에 있는 극빈 지역이다.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 대변인은 “공개된 사진은 2010년에 찍은 것으로 보이지만 촬영된 장소와 개입한 병사의 숫자, 그들이 지금도 아프간에 복무하고 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사측이 사진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데 실망했다”며 언론이 이같은 사진을 공개한 것에 유감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과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 등 미 당국자들이 이에 전례없이 비판 성명을 강도 높게 발표하는 등 서둘러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패네타 국방장관은 이메일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이들 사진은 현재 아프간에서 복무하는 대부분 미군 병사들의 프로 정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존 앨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 사진에 대해 “사진에 나타난 병사들의 행동은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ISAF)이나 미군의 정책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미군은 이번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아프간 당국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얀 크로커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도 “미 대사관은 사진에 나타난 미군들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터넷 판을 통해 미국의 이같은 반응은 이번 사안이 지닌 파괴력을 감안해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가 어느 정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프간에서는 지난 1월 미군 병사가 탈레반 시신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이 공개된데 이어 코란 소각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미군을 바라보는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미 해병대원들이 나치 친위대 문장인 ‘SS’가 새겨진 깃발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프간의 인권운동가인 나디르 나디리는 “최근 주기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불미스런 사건들에 대해 아프간인들의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은 점으로 짐작해 보면 이번 사건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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