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 기자] 올해 3월 도입된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가 중·고등학생의 학기말 내신 성적을 처리하면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최고 약 2만명의 성적을 정정하고, 전체 고교생 190여만명의 성적을 재검증하고 성적표를 재발송하는 초유의 결과가 빚어져 교육당국에 대한 학생·교사·학부모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2일 “나이스를 통한 학기말 성적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긴급히 정정 절차를 진행했다”며 “고교의 경우 동점자 처리 절차, 중학교의 경우 무단 결시생에 대한 인정점 부여 절차에 오류가 생겼다”고 발표했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전산으로 처리한 1997년 이래 이 같은 대규모 성적 오류 사태는 처음이다.
나이스는 학교별로 성적관리 기준에 따라 동점자에 대해 석차를 매겨 등급화 하는데, 이 때 학교별로 일부 기준을 적용할 때 컴퓨터의 계산 오차를 보정하지 않아 동점자 판별과 동점자 간 석차 분류에 착오가 생겼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이미 1학기말 성적표를 받아본 고교생의 경우 전체 190만명 가운데 석차 변동자는 약 1%인 1만5천명, 석차등급 변동자는 약 0.1%인 2천명이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교생 2만명의 1학기 내신 석차와 등급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는 교육당국에 대한 불신을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이런 오류는 190만여명이 재학 중인 전국 2천300여개 고교 전체에서 발생, 성적 정정 대상자는 약 2만명이라도 전체 학교가 성적표를 재발송해야하는 지경이다.
교과부는 “현재 파악한 정정 대상자는 추정치"라며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려면 각 학교가 나이스 시스템을 가동해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의 경우 무단 결시한 학생에게 부여하는 여러 가지 인정점수 산출방식에서 최하점과 과목별 최소 배점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오류가 생겨 전국에서 약 200명의 학생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달부터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시작하는 고3 학생의 경우 학생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 고교·대학의 혼란도 예상된다.
교과부는 “적어도 다음 주 초반 27일까지는 정정을 완료하고 29일까지는 성적을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오류는 고교에서 18일, 중학교에서 13일에 각각 교사가 발견, 교과부와 차세대 나이스를 관리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신고하면서 확인됐으나 이날에서야 교과부가 입장을 발표, 늑장대처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됐다.
교과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특정 수치나 조건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소스 코드 오류”라고 설명했다.
소수점 이하 몇번째 자리까지 수치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판단 착오가 생겨서 잘못된 옵션을 선택해 수치를 입력하면 전체 수치 처리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다른 오류의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소스 코드를 모두 중복 체크하고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 등으로 특별점검반을 만들어 8월부터 소스 코드 전반에 대해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번에 확인한 오류는 수정했고 시스템은 이미 한 사이클을 돌면서 운용해 봤기 때문에 안정화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2학기가 되면 새로운 메뉴·모듈이 추가될 수 있다. 학부모 서비스, 교원능력평가 시스템, 급식 메뉴 등 특정 요소가 들어간다면 혹시 영향이 있을지 몰라 다시 테스트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말해 최악의 경우 유사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