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되찾아온 조선시대 그림 전시

'500년만의 귀향'전 학고재갤러리서 열려

 500년만의 귀향 전에서 선보이는 방목도 (放牧圖).

[아시아투데이=전혜원 기자]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가 일본에서 수집한 조선시대 회화들을 선보이는 500년만의 귀향 전을 내달 25일까지 연다.

전시작은 모두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가 10여년에 걸쳐 일본 등지에서 수집한 고서화 500여점 중 일부로, 이 중 30% 정도는 일제 강점기 이전 통신사 등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말을 중요시했던 조선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그림인 방목도 (放牧圖)가 있다.

무인들이 세운 나라인 조선은 개국 직후부터 말을 중요하게 관리했다. 말과 목장의 관리를 위해 사복시(司僕寺)라는 관청을 두었고 전국에 120개의 목장을 설치해 말을 기르기도 했다.

가로 119.5cm의 긴 그림에는 풀을 뜯거나 뒹굴며 등을 긁는 백마 등 다양한 말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지금의 살곶이에 있었던 말 목장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이 그림은 궁중의 화원이 임금에게 보이기 위한 어람용으로 그린 그림으로 추정된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사학자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일본식 표구도 18~19세기 이전의 것이며 화풍으로 보아 15~16세기 작품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남아있는 말 그림 중에서는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역시 작자 미상의 작품인 류계세마도 (柳溪洗馬圖) 역시 말을 소재로 한 그림이다. 17~18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시내에서 목동 8명이 말 아홉마리를 씻기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여진족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매를 사냥하는 모습을 담은 매사냥 그림 역시 매를 중요시했던 조선 초기 시대상을 반영한 그림이다.

전시에는 또 호랑이 그림과 원숭이 그림 등 동물화 20점 외에 중국의 고사를 화폭으로 옮긴 고사도들도 10점 출품됐다.

이 교수는 "이번 전시작들은 일본의 옛 한류 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일본인들이 진경산수화나 풍속화 등 조선적인 그림보다는 고사도나 무속적 성격이 강한 동물화 등을 선호했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