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광범위한 서울사무소 업무 쏠림 현상도 여전
민병덕 의원 "소비자민원 고려한 실질적 대안 필요"
공정위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더해 5개 지방사무소에 접수되는 민원까지 매년 급증하면서 사건처리 지연 문제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 업무 효율화와 수도권 쏠림 현상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 5개 지방사무소가 처리한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152.6일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252일로 가장 길고, 이어 부산 144일, 대구 125일, 광주 122일, 대전 120일 순이다.
지방사무소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2019년 177.2일, 2020년 209.4일, 2021년 170.2일, 2022년 186.8일, 2023년 152.6일으로 들쑥날쑥하다. 그러다가 올해는 8월까지 225일로 유독 늘었다. 5년 평균은 179.2일, 올해 8월까지 평균은 196.7일이다. 특히 서울사무소의 경우 2019년 264일, 2020년 310일, 2021년 254일, 2022년 236일, 2023년 252일, 올해 8월 270일로 매년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한편 지난해 5개 지방사무소에서 처리한 사건은 총 1193건으로 집계됐다. 공정위 지방사무소는 주로 신고 사건을 맡는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548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산 273건, 광주 140건, 대구 118건, 대전 114건 순이다.
지방사무소 전체 사건처리 건수는 2019년 1317건, 2020년 1060건, 2021년 1194건, 2022년 1071건으로 증감을 반복했다. 올해는 8월까지 685건의 사건이 처리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사무소 사건처리 비중이 매년 가장 높다. 특히 2019년 35.3%, 2020년 43.0%, 2021년 45.9%, 2022년 48.2%, 2023년 45.9%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8월 기준으로 53.1%에 달한다.
지난해 공정위 5개 지방사무소에 접수된 민원은 총 1만4359건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만246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산 1319건, 광주 1065건, 대전 917건, 대구 812건 순이다.
공정위 5개 지방사무소 민원접수 건수는 2019년 1만1340건에서 2020년 1만2772건, 2021년 1만3516건으로 증가하다가 2022년 1만2375건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1만4359건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5년간 평균 1만2872건의 민원이 접수된 셈이다. 특히 올해는 8월까지 접수된 민원만 이미 전년 대비 88.3% 수준에 이르는 1만2677건에 달한다. 지난 7월 발생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민원을 한국소비자원에서 처리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민원접수 비중은 서울사무소가 2019년 81.3%, 2020년 75.4%, 2021년 70.8%, 2022년 68.4%, 2023년 71.4%, 올해 8월 76.8%로 매년 절대적으로 높다.
서울사무소의 사건처리와 민원접수 건수가 가장 많은 이유는 관할 지역이 서울, 인천, 경기, 강원으로 가장 넓은 데다 이 지역에 기업체가 많아 분쟁 발생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5개 지방사무소 사건처리 기간이 사건처리 건수가 줄어든 해에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반대로 사건처리 건수가 늘어난 해에는 처리 기간이 줄었다. 민원 증가로 전체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사건처리 건수와 무관하게 사건처리 장기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사건처리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공정위도 계속해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방사무소가 1년에 1만건이 넘는 민원을 다뤄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병덕 의원은 "공정위가 기업 규제뿐만 아니라 소비자 정책까지 맡고 있어 민원 처리가 주요 업무에 포함되는 현실을 고려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가 인구와 기업체가 가장 많은 수도권 지역 업무를 분담할 분원 설치와 업무의 지방자치단체 이양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