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썸바디존' 공감하는 방향으로 사회 인식 변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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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리서치가 '연령, 행위 특성에 따른 입장 제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중년존, 노시니어존 등 연령대에 따른 입장 제한은 '업장 자유에 해당하고,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57%로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특정 손님을 차별하는 행위이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의견은 35%에 불과했다.
노외국인존, 노퀴어존 등 나이 외 다른 특성을 기준으로 입장 제한을 두는 것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50%)이 허용할 수 없다는 응답(41%)을 앞섰다. 연령대별 찬성률보다는 낮지만,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를 위해 업장 자율에 따라 입장 제한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 뜻이었다. 이 외에도 공부 목적의 손님을 받지 않는 노스터디존, 영상 촬영 목적의 손님을 받지 않는 노튜버존에 대해서도 72%가 '허용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노썸바디존'에 대해 일부 매장의 이기심이 차별을 조장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 각종 논란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데는 '사회적 배타성의 확대'와 '영업 활동의 자유 존중'을 원인으로 들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배타성이 확대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사람들의 집단심리 같은 현상이기 때문에 특정 집단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헌법에서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영업 활동의 자유도 있다"며 "이 두 자유가 상충하는 상황인데 지금은 합리적 이유가 제시될 경우 불가피하게 영업 활동의 자유가 더 존중받고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썸바디존에서 비롯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지금처럼 각자도생의 사회에서는 각박하고 자기 중심적이거나 자신이 속한 소집단의 범주를 중심으로 챙긴다"며 "경쟁이 심한 사회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부터 챙기려는 자기중심주의적인 인식이 나타나 이런 노썸바디존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차별 금지 못지 않게 사생활 역시 지켜져야 한다. 개인과 집단간의 조화가 필요하다"며 "결국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노썸바디존을 설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주의적으로 파편화된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서로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