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법인투자 참여하면 시세조작 어려워"
"발행 규제 했다면 '테라 사태'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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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 김앤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정책포럼 토론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를 계기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전 세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앞다투고 있다"라며 "국내 디지털 자산 산업 역시 규제 혁신을 이룩해 다음 단계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도 토론회 개회사에서 "비트코인이 등장한지 15년이 됐다. 그동안 정체가 뭐냐 사기 아니냐 등의 이야기를 극복하고 당당히 자산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라며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28조 정도인데 국세청에 신고한 것을 보면 개인이 해외투자한 금액은 131조다. 국부가 유출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육성보다는 규제해 왔는데, 육성과 보호의 밸런싱(균형)에 대해 논의와 설득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추월하는 등 묵과할 수 없는 디지털자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이뤄진 4월 총선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를 약속했다. 올해 7월부터는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도 시작된다.
◇개인투자 제외 다 막혀…"기관·법인 투자 단계적 허용해야"
디지털자산정책포럼과 김앤장이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도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기형적 구조"라며 기관투자자 참여 유도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기관투자자를 통한 경쟁적 시장 조성은 유동성을 증대효과를 통해 개인투자자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시세조작을 통한 불공정 거래를 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기관투자를 통한 시장 양성화 및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선별적 법인 투자 허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앤장의 정영기 변호사 역시 "특정금융정보법령에는 가상자산사업자가 법인에 대해 실명계정 발급을 하지 않도록 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으나 (정부는) 자금세탁방지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법인 실명계좌가 없으면 가상자산 원화마켓에서 배제돼 시장 참여가 어렵고, 회사 임원 등이 개인 명의 계정을 이용해 편법적인 거래가 생길 우려가 있어 단계적으로 허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에 참여한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그룹 총괄 변호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은 후속 과제로 발행·공시 규제책 마련을 꼽았다.
구 변호사는 "주식·증권처럼 가상자산도 누가 발행했고, 회사 건전성·기술력을 심사하는 발행 관련 규제가 있었다면 테라·루나 사태를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국내에는 발행·공시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토큰을 거래소에 상장된 것이 불법이 아니다. 주식·증권에 적용되는 내용을 가상자산에 준용해 건전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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