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전략 재편] 美 투자금만 14조인데…SK온, 차기 대선 결과 노심초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311010005278

글자크기

닫기

안소연 기자

승인 : 2024. 03. 12. 06:00

협업사와 함께 108억 달러 이상 투입
트럼프 재집권 시 전기차 정책 염려
IRA 전천후 대응, 밸류 체인 현지화
전문가 "흑자전환, IPO 실현 최우선"
basic_2022
basic_2021
불과 6년 전의 일이다.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연비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전기차 업체 및 이차전지 업체들은 바짝 긴장했다. 직전 오바마 행정부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비중을 61%로 정했지만 이를 10%까지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업계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이야기였다. 다행히도 상황이 반전됐다.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친환경 정책이 힘을 얻고 전기차 업종도 활로가 넓어진 것이다.

현재 이차전지 업계는 이 상황에 데자뷔를 느끼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비해 대규모 투자를 예정해 놓고 이를 차근차근 집행하는 상황에서 올 연말 미국 대선에서 다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는 또다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어떻게든 대비해야 하는 형국이다.

SK그룹의 친환경 사업의 상징이자 미래사업의 핵심인 SK온은 지난해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최대 매출을 내면서 올해 수익성 개선을 예고했다. 숫자만 보면 플러스를 목전에 둔 희망적인 환경이지만 역시 처한 상항은 녹록지 않다.

11일 SK온에 따르면 미국에 현재까지 협업사와 함께 투자한 금액은 108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4조원 이상이다. 미국 법인인 SA배터리아메리카에 26억 달러,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에는 양사가 합쳐 114억 달러, 현대차와의 북미 조인트벤처에도 총 50억 달러가 투입된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2024 현장에서 "1월에 (미국 현지 공장 현장을) 직접 가서 보고 왔다"면서 "예정대로 켄터키와 테네시 공장 건설 모두 예정대로 진행 중이고 양산을 시작할 것이고, 공장 가동은 시황을 봐서 탄력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코마롬 1·2 공장에 총 1조7800억원을 투자하며, 이반차 공장에도 약 3조원을 투입한다. 미국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 대부분 IRA 대응을 위해 취한 조치들이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 가운데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의 비율과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된 핵심 광물의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해 세액을 공제해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SK온은 지난달 미국 음극재 파트너사 웨스트워터 리소스로부터 천연흑연 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IRA에 따르면 2025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외국우려기관에서 조달할 경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흑연은 음극재 핵심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약 85%를 차지한다. SK온 관계자는 "IRA 요구 수준의 충족을 위해 당사는 핵심광물·배터리부품 등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해 이미 북미 사업 진출 초기부터 주요 부품의 밸류 체인 현지화(FTA 국가 포함)를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글로벌 통상환경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백지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폐기, 10% 기본관세 도입 및 고율관세 부과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재집권시 더욱 공세적인 무역정책을 펼칠 우려가 이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SK온을 포함해 관련 기업들은 자체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우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일종의 '학습'이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나름의 활로를 염두에 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만약 트럼프 정부가 다시 들어섰을 때 예상처럼 전기차 육성을 잘 안 한다면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다른 쪽 수요 시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면서 "전기차에 대한 장기적 전망은 변화가 없고 그 시기가 조율되는 것이기 때문에 견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IRA 대응과 관련해서)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 올해 경영 계획을 보더라도 2023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건 어떤 전망에 대해 조정할 엄두가 안 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IRA 법을 보면 '중국 배제'라는 말이 명기돼 있지 않은데 우리가 그쪽으로 착각한 면도 있다. 중국은 철저히 IRA를 준수하는 입장에서 미국 진출 전략을 세웠고 중국 업체들의 전략 방향이 오히려 미국 대선 영향을 덜 받는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SK온에게 가장 급한 임무는 흑자전환과 기업공개(IPO)다. 이를 통해 투자 여력을 만들어 선제적인 기술 투자 등을 진행하는 게 살길"이라고 말했다.
안소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