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수 줄이고 그룹조직 단순화
업계, 자회사 CEO 대부문 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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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는 데다 대출규제 강화와 실물경기 침체 등 금융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비대해진 그룹 조직은 단순화하고 임원 수를 대폭 줄였다. 반면 자회사 CEO들은 대부분 유임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을 시작으로 KB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이 일제히 내년 조직개편과 그룹사 CEO 인사를 실시했다. 아직 진행되지 않은 인사와 조직개편 역시 이번주엔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에 실시된 금융그룹의 조직개편 키워드는 '슬림화'이다. 우리금융은 조직슬림화와 함께 '핀셋형 개편'을 단행했다. 그룹 전체에 사업추진 속도감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과 고객 서비스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했다. 또 부사장과 전무, 상무로 구분됐던 임원체계를 부사장으로 일원화했다.
4대 금융 중 신한금융의 조직개편 규모가 가장 컸다. 기존에 개별 기능 단위로 세분화된 조직 체계를 유사 영역별로 통합하고, 협업 강화 및 의사결정 속도 제고 등 소통 효율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현재 11개 부문을 △그룹전략부문 △그룹재무부문 △그룹운영부문 △그룹소비자보호부문 4개 부문으로 통합했고, 그 외 필요한 조직은 부문 밑에 파트로 신설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그룹 내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효율성 중심의 조직 개편을 실시하고 직무 중심의 경영진 선임을 통해 수평적 조직 문화 형성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자회사 CEO 인사에 대해선 변화를 최소화했다. 신한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9곳 자회사 CEO를 전원 유임시켰다. 또 보통 유임시 1년 임기를 주던 관례를 깨고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과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에 대해선 2년의 임기를 부여했다.
신한금융 측은 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잠재 리스크 증가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만큼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리더십의 변화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자본시장 역량 강화를 위해 증권과 자산운용 사장에 대해선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연임 임기를 늘렸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앞서 지난달 말 이미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한 데 이어, KB증권과 국민카드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 CEO는 유임시켰다. 또 KB증권 WM부문 대표와 손해보험, 캐피탈 등 6곳은 새로운 인물을 등용했다.
은행과 증권, 카드 등에 대해선 재신임을 보내면서도, 전문성에 기반한 세대교체도 병행한 것이다. 안정적인 거버넌스 정착과 함께 인적 경쟁력 강화를 함께 추구한 셈이다.
하나금융도 10개 그룹사 CEO 인사를 실시했는데, 하나캐피탈과 하나저축은행 등 7곳 CEO는 유임시켰다. 위험관리에 기초한 영업력 강화와 동시에 조직 안정을 최우선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둔 자회사 4곳에 대한 CEO 인사를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금융시장은 올해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번 금융그룹 인사와 조직개편 역시 경기 불확실성 등을 반영한 것"이라며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자회사 CEO 교체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