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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시 같네…” 롤드컵 T1 우승, 중국 해설자가 모두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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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윤 기자

승인 : 2023. 11. 20. 17:53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한 T1 페이커(이상혁)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하 연합.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페이커 이상혁이 속한 T1이 우승한 가운데, 경쟁 구도로 맞붙었던 중국의 해설진 멘트가 국내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롤드컵' 결승전에서는 우리나라 대표팀 T1이 중국의 웨이보게이밍(WBG)이 맞대결을 펼쳐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T1은 전무후무한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중국에서 경기를 중계한 왕둬둬(王多多)는 T1의 우승 순간과 방송 클로징 때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들리는 멘트를 전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상대 팀의 승리를 오롯이 축하하고, 특히 페이커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을 담은 멘트로 감동을 선사했다.

해설자는 T1의 우승 순간을 축하하면서 "10년 전 LA 스테이플스 센터, 10년 후 서울. 여전히 이 남성(페이커)이 4명의 선수와 함께 소환사 컵을 들어 올린다"라며 "11년의 시간 동안 페이커의 팀원은 15번 바뀌었지만, 그는 이 15명의 선수와 함께 본인 통산 4번째 월즈를 들어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편도 승차권을 갖고 시간이라는 이름의 열차에 올라타게 된다. 인생이란 가끔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하는 여정처럼 보이지만 페이커는 노력과 열정으로 계속해서 우리에게 시간의 무게가 휩쓸고 지나갈지언정 오직 페이커만큼은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페이커와 한 팀을 이룬 선수들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의 옆에 있는 4명의 천재 소년도 마침내 수많은 사람의 기대에 부응했다. 제우스, 오너, 구마유시, 케리아 이 젊은 선수들은 월즈 챔피언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번 월즈에서 다시 한번 페이커를 필두로 한 깃발 아래 꿈에서도 바라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 관중에게 수많은 아름다운 기억을 준 동시에 중국 관중에게는 잊고 싶은 악몽을 선사했다"라면서도 T1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의 멘트를 본 국내 팬들은 "낭만이다", "음유시인이다", "무협지의 나라답다" 등 반응을 보이며 감명을 받았다. 특히 이 해설자가 방송 말미에 전한 멘트를 보고는 눈물을 보인 이들도 나타났다.

'페이커' 이상혁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둬둬는 "페이커는 커리어의 4번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고, 왜 우리가 페이커를 존경하는지 생각해 봤다. 몇 번이나 트로피를 들어 올려서가 아니다. 이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선수가 꽃을 피우는 동시에 또 많은 선수가 사라진다. 이런 곳에서 페이커는 고독하지만 집요하게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처럼 산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떠나는 많은 사람을 지켜봤다. 우리가 불현듯 뒤돌아보면 페이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페이커의 확고한 그림자는 이미 산의 일부가 된 것 같다"라고 묘사했다.

그의 멘트를 본 국내 팬들은 "페이커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 멘트로 롤에서 어떤 존재의 사람인지 확 와닿는다", "나 울고 있다", "시조 그 자체다", "상대 팀을 응원할 입장의 사람들까지 진정성 있는 헌사를 받치게 만드는 페이커라는 사람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말의 깊이가 다르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23월드챔피언십 월즈 중국 중계 방송. 제일 왼쪽이 해설자 왕둬둬

T1은 중국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2대0, 8강 리닝 게이밍(LNG)전을 3대0, 4강 징둥 게이밍(JDG)전을 3대1로 잡아내면서 결승에 올랐다. 페이커는 이번 대회 내내 팀 내 든든한 맏형이자 중추로 활약했다.

결승전에서는 그동안 잘 고르지 않았던 아칼리로 캐릭터를 선택해 전체 게임의 균형을 잡았다고 평 받았다. 팀이 위기에 처했던 3세트에서도 전면에 나서 상대 캐릭터를 전부 쓰러트려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자세한 해설 전문은 아래 내용 참고.

[중계 클로징 해설]

T1, 축하합니다. 온 하늘에 흩날리는 눈과 반짝이는 별빛들.

이것은 SKT에서부터 T1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의 계승이자 이상혁이 직접 써 내려간 악장에 속합니다.

이 10년 동안 많은 사람이 페이커를 초월하려고 시도했고, 아주 잠시나마 어떤 사람은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페이커는 동요하지 않았으며, 고귀한 사람을 우러러보듯 마치 산과 바다와 같아 우리를 감탄하게 했습니다.


오늘 우리 LPL의 WBG는 전력을 다해 싸웠습니다. 4번 시드에서부터 지금까지 역습했습니다.

이미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들은 강력한 상대에게 졌고, 이것은 드넓은 바다를 건너지 못하는 나비와 같으니 차마 누가 탓할 수 있겠습니까?


페이커는 커리어의 네 번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고, 우리가 왜 페이커를 존경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몇 번이나 트로피를 들어 올려서가 아닙니다. 이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선수가 꽃을 피우는 동시에 또 많은 선수가 사라집니다.

이런 곳에서 페이커는 고독하지만 집요하게 깨달음을 구하는 자처럼 산을 오르고 내려오며 떠나는 많은 사람을 지켜봅니다.

우리가 불현듯 뒤돌아보면 페이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페이커의 확고한 그림자는 이미 산의 일부가 된 것 같습니다.


나는 페이커가 그간 패배했던 날의 밤에 스스로 자신이 예전 같지 않다고 괴로워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영웅은 평범한 몸으로 세월의 무감각에 대항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미래에서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청춘은 이미 지나갔고, 하루가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내일은 월요일이고, 우리는 다시 일상생활과 맞설 것입니다.

나는 모두를 이해합니다. 방금까지 기나긴 여정을 겪었고 결과는 다소 씁쓸하지만, 또다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세상을 마주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실의에 빠졌을 수도 있고 약간의 두려움마저도 느꼈을 수 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e스포츠의 정신, 선수들의 힘은 반드시 여러분의 곁에 있을 것입니다.


나는 e스포츠가 결코 우리 삶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승패를 막론하고 자신의 청춘에 e스포츠가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자신의 청춘에 그들이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입니다.


[T1 우승 순간 해설]

축하합니다 T1! 제우스, 오너, 페이커, 구마유시, 케리아 2023 월즈 챔피언입니다!

10년 전 LA 스테이플스 센터 10년 후 서울. 여전히 이 남성이 4명의 선수와 함께 소환사 컵을 들어 올립니다.

11년의 시간 동안 페이커의 팀원은 15번 바뀌었지만, 그는 이 15명의 선수와 함께 본인 통산 4번째 월즈를 들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경기 전 티저에서 말한 네 번째 우승은 우리 팀을 위한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편도 승차권을 가지고 시간이라는 이름의 열차에 올라타게 됩니다.
인생이란 가끔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하는 여정처럼 보이지만 페이커는 노력과 열정으로 계속해서 우리에게 시간의 무게가 휩쓸고 지나갈지언정 오직 페이커만큼은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의 곁에 있는 네 명의 천재소년 역시 마침내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제우스, 오너, 구마유시, 케리아 이 젊은 선수들은 월즈 챔피언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번 월즈에서 다시 한번 페이커를 필두로 한 깃발 아래 꿈에서도 간절히 바라는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부터 시작되어 E 스포츠 업계에 수많은 업적을 쌓아 올린 SKT라는 이름으로 20년이 지난 현재 그들은 다시 한번 LOL 최고의 명예라는 월즈 역시 들어 올립니다.

이 클럽은 역사의 긴 시간 동안 우리에게 잊지 못할 선수들을 보여주었습니다.

E스포츠의 아이콘 BoxeR 임요환부터 LOL의 일인자 Faker 이상혁까지

그들은 한국 관중에게 수많은 아름다운 기억을 동시에 중국 관중에게 잊고 싶은 악몽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T1.

한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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