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섬 노동자 직고용 판결 항소···‘사법·입법·행정부’ 불법 지적에도 항소 논란

‘하청 노동자 직고용’ 1심 판결에 한전 3일 항소
국무조정실, 한전·퇴직자단체 간 수의계약 위법 지적
국회 산자위 여당 위원들 불법·특혜 문제 제기
한전 “사실관계·쟁점 다시 판단 필요”

한국전력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가 섬 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한국전력공사 직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사법부와 국회에 이어 최근 국무조정실까지 수의계약 위법성을 제기하면서 항소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취재에 따르면 한전은 도서지역 전력공급 사업 하청업체 JBC 노동자들이 한전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에 지난 3일 항소했다.

앞서 광주지법 민사11부는 지난달 9일 JBC 노동자 145명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이 한전 직원 지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전 직원이 JBC 소속 노동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을 지시하고 지휘·명령하면서 이들을 한전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켰다고 판단했다.

한전 측은 항소 이유에 대해 "1심 판단을 존중하지만 사실관계나 법리적 쟁점에 대해 상급심에서 주장, 입증 후 다시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법부와 국회에 이어 최근 국무조정실까지 해당 수의계약 위법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전이 항소에 나선 것이 부적절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불법파견 문제 뿐 아니라 한전이 준조세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이용해 퇴직자 단체에 특혜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전은 한국전력전우회가 100% 주주인 JBC와 1996년부터 현재까지 28년 간 수의계약을 맺어 도서지역 한전 소유 발전소 운영과 배전시설 관리 업무를 위탁해왔다.

JBC 전현직 임원 다수는 한전 퇴직자 출신이다. 한전 선후배들끼리 27년 간 수의계약을 맺어온 구조다. 한전은 JBC와 도급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서에 이윤(7%)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이 JBC에 지급한 용역비용은 645억원 규모였으며 JBC 영업이익은 31억원이었다. 2021년 JBC의 전력용역매출과 배전용역매출액 합계는 656억원이며 영업익은 51억원에 달했다. 이에 JBC는 지난해 한국전력전우회에 18억8000만원을 배당했다. 2021년에도 같은 금액을 배당했다.

지난 3일에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도 최근 5년 한국전력과 JBC가 맺은 수의계약(4건) 적정성 여부 점검 결과, 공사관리·하자검사 업무·폐기물 배출신고 업무 등을 관련 법령에 따라 한전이 직접 해야 했지만 JBC에 위탁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전이 전기안전관리업을 등록하지 않은 JBC에 전기안전관리 업무까지 일괄 위탁한 법령 위반사항도 적발했다. 수의계약 시 감사원에 통지 의무가 있음에도 한전이 최근 5년간 JBC와 수의계약 사항을 통보하지 않은 문제도 제기했다.

JBC 소속 노동자인 이재동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도서전력 지부장은 "법원과 국회에서 섬 발전소 하청 운영이 불법 파견에 해당하고 28년간 수의계약을 통해 퇴직자 노후 보장하는 특혜 사업이라고 지적해 온 상황에서 국무조정실까지 위법성을 지적했다"며 "하지만 한전이 아랑곳하지 않고 직고용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산자위 소속 박영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입법·사법·행정부에서 불법성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항소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한전이 항소를 유지한다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이 지적한 공사관리 업무 등을 거리가 멀어 우리가 직접 수행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다만 JBC 미등록인 전기안전관리업무 위탁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 부분은 법 해석에 대한 이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