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도움 받는 교회에서 도움 주는 교회로 성장
"일회성 도움보다 장기적 자립에 중점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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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만난 본부 국제협력센터·생명운동센터장 이창원 다니엘 신부는 한국천주교가 '도움을 받는 존재'에서 '도움을 주는 존재'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본부에서 하는 국제협력사업에 대해 알려달라.
"국제협력사업은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이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크게 국제개발협력사업과 인도적 지원 사업 두 가지가 있다. 국제개발협력은 좀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최빈국·개발도상국의 빈곤·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업 방식이다. 본부는 지원하는 현지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변화를 함께 이뤄가도록 지원한다. 이 때문에 단발적인 지원보다는 다년도(3개년)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인도적 지원 사업은 세계적인 자연재해나 전쟁, 분쟁 등의 상황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긴급 구호 사업을 말한다. 본부는 전 세계 160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 카리타스(천주교 국제개발협력기구) 네트워크를 통해 긴급 구호에 대한 요청을 확인하고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는.
"1988년 설립이래 본부는 약 70개국 700개 사업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 왔다. 2000년대까지는 도움을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의 전환 시기였다. 2000년부터 해외원조 활동을 시작했다. 몽골·중앙아시아·인도·케냐 등 교회기관의 빈곤퇴치 활동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사업지원으로 발전했다. 또 다양한 재해·재난에 대한 본부의 긴급 구호 활동을 확대해 나갔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방식의 국제개발협력을 하고 있다. 본부는 일회적이고 만성적인 방식의 해외원조에서 탈피해 부정의한 사회구조를 개선하고 빈곤의 고리를 끊기 위한 문제의 해결에 중심을 두고자 한다. 현지의 주민·단체가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화하고 개발하는 사업, 부분적이라도 단계별로 자립해 나갈 의지와 가능성이 있는 사업,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발전의 청사진을 가지고 투자하는 사업을 최우선으로 지원한다."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나 장기 계획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을 주로 지원한다. 중점 분야는 식량과 농업, 물과 보건의료, 아동 및 청소년 교육 그리고 마을공동체 사업 등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연말연시 캠페인은 '아프리카 하얀 천사 지킴이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알비노(선천성 백색증)로 태어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탕가 하우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탄자니아에선 알비노로 태어난 아이의 신체 일부를 가지고 있으면 '부와 행운'을 얻는다는 잘못된 미신과 풍습이 있다. 이 때문에 알비노 아이들은 늘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내에서도 알비노 출생률이 가장 높은 탄자니아의 경우 수많은 알비노 아이들이 일상적인 삶을 잃어버리고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본부와 협력하는 탕가 하우스는 탄자니아 내 알비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울러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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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는 해외 현지 단체기관들과 파트너십 기반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한다. 파트너단체는 본부의 기금을 사업비로 사용하고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사용금액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본부는 국제개발협력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협력 소위원회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해 사업 지원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사업이 지원되고 나면 중간 및 결과보고를 통해 후원금이 잘 집행됐는지 확인도 한다. 후원금으로 지원된 사업을 통해 어떠한 변화가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고 사업활동에 대한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보고한다. 아울러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사업 대상자를 직접 만나 사업의 효과와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 코로나19 등과 같이 현장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는 현지단체와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서 점검하고 있다."
-국제협력사업을 할 때 어려움이 있다면.
"지원이 필요한 곳은 많고 함께 할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현장방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지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국제협력사업의 특성상 후원자들이 기대하는 가시적 성과가 당장에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후원자들은 지원 후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지원 대상이 자립하도록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구한다. 이런 점을 후원자들이 이해해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후원의 손길이 위축되지는 않았는지.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이 어렵고 힘든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에 놀랐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센터장을 맡으면서 이렇게 힘들 때 국내도 아닌 해외의 어려운 이들을 누가 도울까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지원 모금을 시작하니 정작 목표액의 2배 정도가 모였다. 많은 분이 마음을 열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사하는 마음, 만족하는 마음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한다. 다들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다들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부자다.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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