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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뜨끈한 겨울 한 그릇’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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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홍 기자

승인 : 2022. 12. 15. 10:49

경기관광공사 추천...그 맛이 돌아왔다. 한겨울 뜨끈한 국물 여행
화성 바지락 칼국수집 전경
화성 바지락 칼국수집 전경/제공 = 경기관광공사
경기관광공사가 경기도 곳곳에서 추위에 움츠러든 몸을 쫙 피게 해줄 음식을 소개한다.

한우 사골을 푹 고아 만든 소머리국밥, 쫄깃한 면발과 바지락이 어우러진 칼국수, 다양한 재료의 '콜라보'가 만들어낸 얼큰한 부대찌개 등 겨울에 먹을수록 진국인 맛을 찾아본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음식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으니 더욱 흥미롭다. 경기도에서 겨울의 맛을 탐닉하며 추위를 잊는다.

△ 한국인이 사랑하는 얼큰한 감칠맛 '의정부' 부대찌개
부대찌개는 한국전쟁 직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에 김치와 채소, 고추장을 넣고 끓인 음식이다. 때는 1960년, 한 할머니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에 미군 부대 사람들이 햄과 소시지, 베이컨을 가져와 요리를 부탁했고, 훗날 김치와 고추장을 더해 오늘날의 부대찌개가 탄생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이 원조 집을 따라 골목에 부대찌개 집이 하나둘 들어섰고, 지금과 같은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됐다.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중앙역 코앞이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다. 100m 남짓한 거리에 부대찌개 식당 10여 곳이 모여 있는데,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이 넘은 곳들이다. 의정부시는 이 식당들과 함께 매년 10월경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를 연다.
△ 바다 향 듬뿍, 갯벌이 내어준 선물 '화성'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는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고 조리법도 단순한 편이지만, 제대로 맛있게 만들기가 의외로 어려운 음식이다. 바지락 칼국수의 정석이 궁금할 때 화성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바지락 자체의 품질을 논하자면 화성 제부도와 궁평리의 바지락이 제일이라고 화성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진입로와 제부로의 해안도로를 따라 칼국수 식당이 듬성듬성 있다. 가게마다 조리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바지락과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어 푸짐하고도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코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부터 시선 닿는 곳 너머까지 펼쳐진 갯벌, 뜨끈한 칼국수 국물까지 화성의 겨울에는 오감이 생생해지는 즐거움이 있다.

△ 장터 장사꾼들과 농부들에게 최고의 패스트푸드 '용인' 백암순댓국
용인 백암면에는 끝자리가 1과 6인 날에 열리는 오일장이 있다. 120여 년간 이어져 온 백암장은 한때 소가 하루 150마리 넘게 거래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팔도를 다니는 장사꾼들에게는 목 좋은 요지였고, 농부들은 애지중지 기른 소를 팔아 자식을 공부시킬 수 있었다. 이들이 장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순댓국이다.

오늘날 장터 내 우시장은 사라졌지만 백암우체국 인근, 순대 음식점이 모여 있는 백암순댓국거리가 그 명성을 잇는다. 백암순댓국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순대 껍질에 돼지의 작은창자만을 사용해 식용 비닐을 쓰는 여타 순대와 다르다. 둘째, 순대 소에 채소가 많고 성근 편이다. 이는 소 사이사이로 국물이 충분히 배어들게 해 부드러운 순대를 먹을 수 있게 한다. 셋째, 나오자마자 먹으면 딱 좋을 정도로 뜨끈하게 나온다. 옛 장터에서 그러했듯,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르기를 반복하는 토렴 방식으로 내기 때문. 순댓국 한 그릇을 비우면 갖은 재료가 알차게 들어간 순대 소처럼 배 속이 든든해진다.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전경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전경/제공 = 경기관광공사
△ 얼어붙은 속이 풀어지는 고단백 겨울 보양식 '광주' 곤지암 소머리국밥
칼바람에 움츠러든 어깨와 헛헛한 속을 달래기에는 국밥만 한 것이 없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은 한우 사골을 고아낸 육수에 밥을 말고 소머리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올린 음식이다. 가마솥에 영양 만점 사골과 소머리 고기, 무 등을 넣고 푹 우린 국물은 인스턴트 제품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낸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조선 시대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곤지암을 지나던 선비들이 소머리국밥을 먹고 허기를 채웠다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1980년대 초, 최 모 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곤지암읍에 낸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일대가 소머리국밥 거리로 발돋움했다. 오늘날에는 경강선 곤지암역 인근 대로변에 소머리국밥집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뜨끈한 국물 한 번, 야들야들한 식감의 소머리 고기 한 번, 연거푸 번갈아 먹다 보면 얼어붙은 속이 확 풀어진다. 겨울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는 든든한 맛이다.

△ 갈비에 진심인 고장에서 먹는 깊은 국물의 맛 '수원' 왕갈비탕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극한직업'속 고 반장(류승룡)이 배달 전화를 받을 때 하는 멘트이다. 수원은 갈비에 진심인 고장이다. 그것도 보통 갈비의 두 배쯤이나 큰 왕갈비. 1940년대의 수원에는 전국 3대 우시장 중 하나가 있었다.

수원은 한양으로 들어가는 온갖 물자가 모이는 길목이었고, 우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1년 동안 소 거래량이 2만 두가 넘을 정도로 성행하던 우시장 근처에는 자연스레 소 갈빗집이 생겨났다.

수원 왕갈비의 시초는 해방 후, 지금의 영동시장 싸전 거리에 문을 연 '화춘옥' 해장국집이다. 해장국에 넣어주던 소갈비를 소금으로 양념해 숯불에 굽자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수원 곳곳에 '수원 왕갈비'라는 이름의 식당이 우후죽순 개업한 것은 당연한 수순. 수원시는 1985년 수원갈비를 고유 향토음식으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 생각의 전환이 불러온 새로운 갈비의 탄생 '포천' 이동갈비
작은 생각의 전환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조리 과정의 변화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갈빗대를 들고 뜯을 필요가 없는 포천 이동갈비가 그 예다. 이동갈비의 역사는 1960년 포천 이동면에 있던 식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천은 군부대가 많아 휴가 나온 군인이나 그들을 보러 온 면회객 손님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당시 고급 음식인 갈비를 주머니 가벼운 20대 군인이 마음껏 먹기는 어려웠을 터. 손님이 뜸해질 것을 걱정하던 식당 주인은 한 가지 묘안을 낸다. 갈비를 작게 자른 일명 '쪽갈비'를 고안한 것. 조각 갈비 10대를 이쑤시개에 꽂아 푸짐한 1인분으로 만들고 넉넉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는데, 그것이 오늘의 이동갈비다. 당시 갈비 값은 서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이전에 없던 갈비는 군인과 면회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1980년대부터는 전국으로 유명해졌다.


김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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