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직원 인상률 낮아 불만 폭주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 18일 올해 채용할 신입사원과 1년차 사원(CL2)까지 연봉을 5300만원으로 인상했다.
2020년 입사한 3년차 사원급 직원이 지난해 중간 고과를 받았을 경우 계약 연봉이 5320만원 수준인데, 올해 입사자와 2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초임이 인상된 만큼 기존 직원들의 임금 베이스가 상승한다는 발표는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공지는 신입사원과 1년차 사원에 한정된 인상안 발표였다"며 "기존 직원들에 대한 인상이나 조정 관련 사항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한 30대 직원은 "원천징수는 성과급까지 다 포함되니 2~3년차들이 훨씬 많겠지만 계약 연봉이 신입과 비슷해졌으니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라며 "3년차와 신입이 하는 일이 분명 다른데 회사가 이를 간과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반도체 업계의 임금 인상 바람을 주도한 SK하이닉스도 올해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일부 상향 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2017년 4298만원에서 2022년 5300만원선까지 약 23% 인상됐다. 신입사원과 기존 직원 간 인상률 격차가 크지 않아 그동안 큰 불만이 감지되지 않았지만, 올해 진급 누락자들을 중심으로 연봉 역전 현상이 발생해 일부 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입사원 연봉역전 현상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 공통으로 발생하고 있다. 신입사원 연봉 인상률보다 기존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이 턱없이 낮아서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 연봉은 최근 4년간 매년 200만원씩 인상됐지만, 기존 직원들의 인상률은 1~3%에 그치는 식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와 공급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0~29세 인구는 646만4000명으로 1년 전 669만2000명보다 22만8000명 줄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회사에 취직하려는 사람이 많아 연봉을 적게 줘도 충분히 뽑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기업들이 더 나은 보상을 제시해야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 회사가 정한 호봉표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