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침체·미중 패권경쟁 대응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 중요
"엄중한 현실, 도전적으로 나설 때"
세상에 없는 기술·사회 책임 강조
한국경제를 떠 받치는 반도체산업이 예외 없이 '어닝 쇼크'에 빠지면서 산업계 전반이 줄줄이 도미노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공포심리가 재계에 번지고 정부와 경제계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와중이다.
27일 삼성전자가 전년대비 31% 주저앉은 3분기 영업실적 성적표를 내놓은 이날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며 의결 이유를 밝혔다. 사외이사인 김한조 의장의 발의로 진행된 안건이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이번 승진이 한국경제를 이끌어 달라는 사회 각계의 절박함이 작용했다는 반응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악재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위기 등 미증유의 복합악재가 재계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간 경제 패권 경쟁은 끝없는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의 엄중함은 이재용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사장단 오찬에서 "회장님(이건희 회장)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 주요 사업장과 글로벌 시장을 둘러본 소감으로는 "절박하다"고 표현했다.
이 회장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삼성을 △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