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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코로나19 대책은 외견적으로 볼 때는 엄청나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매일 감염되는 확진자의 수가 현실을 잘 말해준다. 방역 컨트롤 타워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의 최근 통계를 종합하면 하루 1000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중국이 누적 사망자 수만 100만명 이상인 미국을 우습게 보면서 코로나19 대책에 관한 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면서 자화자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를 가능하게 만든 강력한 통제에 따른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된다. 실제로 여러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를 희생한 데 따른 급속한 민심 이반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잡다한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최근 들어 당의 가장 크고도 중요한 행사의 하나였던 제20차 전국대표대회(매 5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가 막을 내린 22일을 전후해 베이징과 상하이시에서 "제로 코로나가 아니라 밥을 원한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건 대대적 시위가 벌어졌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좋다.
더구나 이들 시위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독재 타도라는 구호도 내걸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산당 일당 독재를 당연시해왔던 중국인들의 시각으로 볼 때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제로 코로나'에 대한 반발이 이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아니나 다를까, 26일 티베트자치구의 구도(區都) 라싸시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무려 3000여명 가까운 시민들이 '제로 코로나' 때문에 못 살겠다면서 대대적 시위를 벌인 것이다. 반시진핑 구호가 터져나온 것은 물론이었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제로 코로나' 정책은 내년 3월 초의 제14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약칭 전인대와 정협) 개막 이전까지는 해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경제는 그때까지 헤맬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자연스럽게 중국인들의 반발도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굳건하기만 했던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은 이제 분명한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