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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젊은 패기로 밀어붙인 사업 실패가 약?…INFJ 정용진식, 투자 전략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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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2. 08. 02. 11:00

'초반 10년' 외형확장 주력
이마트 풍부한 현금창출력 기반으로
복합쇼핑몰·편의점 등 신사업 진출
삐에로쑈핑 등 전문판매점은 고배
2020년부터 '온라인 전환'
네이버 지분 교환·이베이 인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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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MBTI(성격유형검사)를 'INFJ'라고 밝혔다. 'INFJ'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통찰력 있는 선지자' '예언자형'이다. 본인만의 철학이 뚜렷하고 고집도 있다. 2010년 신세계그룹 총괄 대표이사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면서부터 이마트의 투자 성향을 보면 정 부회장의 이런 기질이 잘 드러난다.

젊은 패기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밀어붙인다. 전문판매점이 그렇고 중국 등 해외사업이 그렇다. 식품전문매장 'PK마켓', H&B스토어 분스와 부츠,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 남성편집숍 '쇼앤텔' 등은 5년을 못 버텼다. 시작은 거창했지만 시장 반응은 호기심에서 멈췄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적자만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전문점에서 나온 적자만 1356억원이다.

하지만 쓸모없는 경험은 아니었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지난해부터 실패를 바탕으로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미국 시장 진출이 대표적이다. 중국 시장 진출 때처럼 거침없이 매장을 확대하기보다는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우회방식으로 경험쌓기부터 시작했다. 2년 만에 매출 1조원 돌파와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이커머스 기업으로의 전환도 과감한 베팅으로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3조5600억원을 들여 지마켓글로벌을 인수했다. 단번에 네이버, 쿠팡과 함께 3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등극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마켓글로벌은 올 1분기 194억원의 손실을 냈다. SSG닷컴 257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자회사 중 두 번째로 큰 영업손실이다. 정 부회장은 투자 대비 수익성을 빠르게 이뤄 사업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 외형 확장 속 사업방향성 재편
초기에는 이마트의 짱짱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웠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는 마트업의 호황 속에 매년 약 10개 안팎의 신규 점포를 오픈하며 별도법인 분리 초기 만 해도 영업이익이 7000억원이 넘었다. 2019년 1507억원으로 급감하기 전까지 2012년 7359억원, 2013년 7351억원 등이다.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도 2013년에만 1조322억원을 기록했다. 풍부한 현금으로 유통업 기반의 다른 사업군의 진출이 용이했다.

특히 2013년 신사업 진출이 활발했다. 그해 신세계프라퍼티 지분 90%를 이마트가 출자하고 10%를 신세계가 맡는 방식으로 복합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위드미에프에스(현 이마트24) 지분을 취득하며 편의점 사업도 시작했다.

유통3사 중 유일하게 홈쇼핑 사업체가 없던 신세계는 2015년에는 화성사업으로부터 드림커머스(현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47.83%를 인수하며 T커머스 사업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영업손실만 기록했지만 현재는 시장에 안착 중이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2020년 256억원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지난해도 282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이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 이마트24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만 2573억원이지만 올해 점포수 6000개를 돌파하면서 흑자전환 기대감을 낳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손실 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억원의 손실을 개선했다.

신세계프라퍼티도 2020년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제한에 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2018년부터는 계속해서 영업이익을 실현 중이다. 지난해는 2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사업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야심차게 시작한 전문판매점은 대부분 철수 아니면 폐점 수순을 겪었다. 2012년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분스를 출범했지만 업계 1위인 올리브영에 밀려 2015년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17년 부츠로 H&B스토어 사업에 재도전했지만 사업 3년 만에 33개 점포를 모두 정리하며 사업을 접었다. 고급 식료품 매장을 표방하며 2016년 론칭한 'PK마켓'도 매장 확대에 실패하며 5년 만에 철수했다. 정 부회장이 직접 일본 '돈키호테'까지 방문하며 1년간 사활을 걸었던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도 화려한 출발과 달리 1년 6개월 만에 정리했다.

2019년에만 전문점 영업손실이 865억원에 달했다.

해외사업도 마찬가지다. 1997년 중국 상하이에 이마트 1호점을 진출하며 28호점까지 확장했던 이마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적자만 1500억원을 안고 2017년 철수를 결정했다. 베트남도 2015년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호점 출점이 5년 동안 막히면서 결국 현지 유통업체 타코(THACO)에 지분을 매각하고 로열티를 받는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사업을 전환했다.

결국 외형확장기의 사업 결과론적으로 보면 기존 유통업에서 영위하는 사업만 시장에 안착했고 나머지 사업은 쓴맛만 봤다. 비싼 경영수업만 치른 셈이다.

△ 절치부심…온라인으로 사업 전환
비록 성과는 없지만 10년의 시간은 허송세월이 아니다. 코로나19의 격동기를 보내면서 유통 3사 중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업체는 단연 이마트다.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대형마트 사업이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이마트는 이커머스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만 이커머스에 4조원가량 투자했다.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추진하며 협업관계를 구축했다. 여성 패션플랫폼 W컨셉을 27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M&A 대어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도 3조5600억원의 베팅으로 이마트 품에 안겼다. 단숨에 네이버쇼핑, 쿠팡과 함께 3대 이커머스 회사로 등극했다.

유통업의 경쟁력인 콘텐츠 강화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유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했고,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도 추가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이마트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특히 스타벅스는 이마트 연결기준 영업이익 가운데 84%(1분기 기준)를 차지할 만큼 수익성 지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해외사업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시장을 바꿔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이뤄내고 있다. 과거 중국 사업 때처럼 이마트 간판을 달고 나가지 않고 현지 업체를 인수하며 조심스럽게 경험쌓기부터 시작했다. 굿푸드홀딩스와 뉴시즌스마켓 인수는 '신의 한 수'였다. 이마트 미국사업 법인인 PK리테일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해 171.7%나 올랐다. 올해 3월에는 첫 독자브랜드로 프리미엄 그로서리 매장인 '뉴파운드마켓'을 미국 부촌 중 하나인 어바인에 오픈하며 본격적인 사업 시동도 걸었다.

사업 전환을 빠르게 이뤘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7.7% 감소한 2606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시장에세도 지마켓글로벌의 인수 시너지가 낮다고 보고 있다. 지마켓글로벌의 올 1분기 총거래액(GMV)은 3조79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나 감소했다. 점유율도 과거 이커머스시장에서 10% 안팎이었지만 7.7%까지 낮아졌다. 영업손실도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에서만 451억원이 났다.

미국 사업도 올 1분기 영업이익 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억원이나 감소하면서 주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 때문이다.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수익개선도 쉽지 않다.

본사 건물까지 매각하며 이커머스에 '올인'하다시피 투자했지만 당장 수익성 지표로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변화를 주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 "믿었던 현금줄 스타벅스마저 각종 논란으로 휘청이고 있어 올해 이마트의 사업 전반적으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마트 1일 주가도 전일보다 6500원이 떨어진 10만6500원을 기록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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