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금융위, 보수적인 집단"…"업계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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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기업들은 앞으로 금융규제에 맞춰 상품을 출시하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와 규제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기 힘들었던 기업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는 반응이다. 한 핀테크 기업은 전통자산과 가상자산을 접목한 파생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회사에 금융업 출신의 핵심 인재들이 많다”며 “기존 금융업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적인 시각을 가진 가상화폐 기업들은 전통금융처럼 먼저 규제가 있어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줄곧 말해왔다. 수조원이 거래되는 만큼, 규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운영 체계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M&A 플랫폼 개발기업 지비시코리아와 리플은 콘퍼런스를 개최, 초빙한 금융업 관계자들과 함께 가상자산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고 업권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한국금융 ICT 융합학회장은 “가상자산은 암호화폐라는 금융상품이 있기 때문에 이미 금융업”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이 이른 시일 내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이 금융업으로 분류될 시 기존 전통금융처럼 고객 예치금은 자기자본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두나무는 고객 예치금(약 5조8000억원)까지 자기자본으로 포함돼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자기자본으로 포함되지 않을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고객 예치금은 금융위의 시각에 따라 제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고객 예치금마저 자기자본으로 보는 시각이 아쉽다”며 “금융위를 중심으로 빨리 규제를 만들어 고객의 돈은 총자산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위의 단독 주관과 관련해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우려를 표했다. 보수적인 금융위의 기조를 따라간다면 가상업계는 위축된다는 우려에서다. 강성후 KDA 회장은 “디지털 자산은 금융·실물적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며 “금융위의 단독 주관은 다른 부처의 개입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가상자산을 금융당국에서 관리하자 위축되는 현상을 보였다”며 “차라리 과기정통부에서 맡는 것이 생태계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DA는 업계 관계자·학계·언론인·협회·기업인 등 7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5명(69%)이 전담부서로 과기정통부가 적합한 것으로 답했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 디지털산업진흥청 추진을 제시했지만 이후 핵심 공약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