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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일 관계 관리와 해법 분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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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 11. 19. 18:37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한·일 정상, 이벤트 해도 관계 좋아질 가능성 전무
한·일 관계, '선(先)관리 후(後)해결' 발상 전환 절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
최근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한·일 간에는 대화는 커녕 반목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연이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화해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박 원장은 파격적인 한·일 공동선언을 제안하면서 도쿄 여름올림픽에서 냉각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미·일 돌파구를 만들자고 했다. 이어서 김 회장도 한·일 정상회담을 촉구하며 현금화 모라토리엄(일시 중단) 제안을 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 정부의 입장은 싸늘하다. 스가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않았다. 더구나 스가 총리는 “한·일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한국 측에서 징용공(강제징용 노동자) 문제의 진전된 입장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전의 입장에서 한 치의 진전도 보이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에게 협력의 제스처를 보내면 일본이 화답할 것이라고 보는 섣부른 기대가 있었다. 이는 일본 정치권과 여론의 동향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한·일 정상, 이벤트 해도 관계 좋아질 가능성 전무

우선 도쿄올림픽에서 북한을 설득해 남·북·미·일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한국정부 측 주장에 일본이 소극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의 촉진자 역할을 함으로써 남북 문제의 급진전을 가져 왔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납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소외되었다는 초조함이 있었다.

하지만 차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북핵 문제에서 보텀업(bottom up) 접근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북 관계의 급진전을 예상하기는 어려워졌다. 이런 국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일본이 납치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한국의 중재가 없더라도 일본인 납치 문제에서 직접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두 나라 정상이 포괄적으로 ‘통 큰’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동의를 하지 않았다. 현재 한·일 관계를 고려하면 김대중-오부치의 한·일 파트너십 선언과 같은 ‘높은 수준의 공동선언’이 현실성이 없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다만 한·일 정상이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한·일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일 관계 개선의 방향성을 표시하는 한·일 정상회담마저 일본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것에는 그 심각성이 있다. 한국에 대한 불신이 지나쳐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인도·태평양 전략과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기대감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일 관계 ‘선(先)관리 후(後)해결’ 발상 전환 절실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일본 내 반한(反韓) 정서로 인해 만나기조차 꺼려하고 있다.

한·일 관계 갈등 관리와 해법을 분리하는 발상 전환을 하면 한·일 정상의 만남도 쉬워질 수 있다. 즉 강제 징용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면서도 악화일로에 있는 한·일 관계 갈등 관리가 정상회담의 우선적 과제가 돼야 한다. 강제 징용 문제 해결은 한·일 두 나라의 정치 환경이 변화되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당장 한·일이 할 수 있는 협력 과제를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과 도쿄올림픽이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은 틀림없다. 감정이나 정치적 의도를 극복하면서 한·일 정상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인식해야 한·일 관계 개선도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은 수출 규제를 풀고 한국은 현금화조치를 유예할 때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의 방향성도 제시될 수 있다. 한·일 관계에서 ‘선(先)관리 후(後)해결’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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