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중 아주캐피탈 인수 가능성
증권사·보험사 인수 나설 듯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우리금융의 내부등급법 적용을 부분적으로 승인했다. 신용카드와 외감법인(대기업·중소기업) 부문은 신용평가시스템의 변별력 및 운영 안정성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해 이번 승인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우리금융은 이를 보완해 내년 초 승인받을 계획이다.
내부등급법은 금융지주사의 신용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 평가 방식 중 하나다. 금융회사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에 의해 산출된 리스크 측정요소(부도율·부도시 손실률·부도시 익스포저)를 감독당국으로부터 인정 받아 위험가중자산 산출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내부등급법을 쓰면 전체 업종 평균 리스크를 활용하는 표준등급법보다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내부등급법 승인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혔다. 신한·국민·하나·농협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내부등급법 적용을 받고 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표준등급법을 사용해 그간 자본 산정에 불리함을 겪었다.
BIS비율 개선은 곧 출자여력 확대를 의미한다. 우리금융의 지난 3월말 기준 BIS비율은 11.79%로, 금감원의 권고 하한선인 11.5%를 겨우 넘겼다. 하지만 내부등급법의 단계적 적용으로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우선 1.2%포인트가량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의 BIS 비율은 13%까지 올라간다. 출자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비율(3월말 기준 96.24%)로 보면 약 6조원 가량을 자회사 인수에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자본여력을 확보하게 된 우리금융은 본격적으로 아주캐피탈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사모펀드(PEF)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를 통해 아주캐피탈 지분 50%를 간접 보유하고 있다. 그간 우리금융이 아주캐피탈 지분 매입을 주저한 것은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지 못해 그룹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면 아주캐피탈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도 편입하게 돼,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우리금융 관계자는 3분기 내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대해 “아직 시기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그간 푸르덴셜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M&A 시장에 나올 때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손 회장이 강조한 것이 ‘증권사 우선’이었다. 내부등급법이 승인됨에 따라 자본여력을 확보한 우리금융은 본격적으로 증권사 M&A에 팔을 걷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여전히 증권사 우선 인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보험사의 경우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슈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까지 시장에 나온 적당한 증권사 매물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