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시, A/S 불편해지고 중고차 판매도 어려워
일자리 볼모, 정부와 줄다리기에 국민적 반감도
정상화 되도 이탈 고객 회복에 많은 시간 걸릴 것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달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5804대로, 전월대비 26%, 지난해 동기대비 48.3% 급감했다.
스파크·말리부·트랙스 등 주력모델이 일제히 부진한 판매량을 보이면서 한국GM의 내수점유율은 1월 5.8%에서 한달 만에 4.6%로 내려앉았다. 판매순위는 현대·기아에 이은 3위에서 한달만에 쌍용·메르세데츠 벤츠·르노삼성에 줄줄이 밀리며 6위에 랭크됐다.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현대·기아차도 5%대, 쌍용·르노삼성도 각각 10~30%의 내수 감소율을 보였지만 한국GM의 감소율은 유독 높았다. 특히 수출량은 기아가 33.6%, 쌍용이 25.5% 급감하는 동안 한국GM은 8.8% 감소에 그치며 선방했기 때문에 급격한 내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13일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고, 20일에는 방한한 배리 엥글 GM 사장이 국회를 방문해 여야 원내지도부와 면담, 지원을 요청하며 우리나라 경제·정치·사회 이슈의 중심에 섰다.
관련업계에선 한국GM의 내수시장 부진에 대해, 철수설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한 구매심리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5만개 일자리를 놓고 한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GM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 철수시 발생할 손실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통 자동차회사는 철수하더라도 10년치 부품을 비축하고, 정비공장 몇 개를 남겨놓고 떠난다. 하지만 향후 부품을 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A/S 비용 자체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철수한다는데 소비자들로선 당연히 기피할 수 밖에 없고, 앞으로는 더 안 팔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만약 철수를 가정한다면, 장기적으로 GM차의 A/S 비용이 올라가고 중고차 판매 자체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향후 정상화되더라도, 자동차는 잠깐 쓰고 버리는 생활용품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이탈한 고객이 돌아오는 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도 “과거 IMF를 겪으면서 소위 ‘먹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라며 “높은 매출원가 문제나 이자율·R&D비용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부각되고 있고, 한국GM의 외국인 임원들이 수백억원의 스톡옵션을 받았다는 등의 뉴스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고울리 있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