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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각 대학에 따르면 국내 사립 대학 10여곳의 올해 여름 계절학기 수강료는 1학점 당 적게는 7만원에서 많게는 11만원으로 집계됐다.
대학별로 보면, 연세대가 1학점 당 11만원으로 계절학기 수강료가 가장 비쌌다. 6학점을 들으면 최대 66만원의 수강료를 학생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고려대 10만7900원 △서강대 9만6000원 △성균관대 9만1000원 △국민대·중앙대 9만원 △이화여대 8만9200원 △경희대 8만9000원 △한양대 8만7000원 △숙명여대 8만5900원 △한국외대 7만9000원 순이었다.
다만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는 기본등록금과 기본신청금 명목으로 1만500원, 9500원을 별도로 받고 있다. 실제 이들 학교 학생들이 계절학기 수강료로 지불해야 할 금액은 이화여대 9만9700원, 숙명여대는 9만5400원으로, 10만원을 육박한다.
최근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압박을 받자 계절학기 수강료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대는 계절학기 수강료를 한 학점당 1만원가량 인상하려다 총학생회 등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사립대인 울산대학교는 지난해 겨울 계절학기부터 학점당 1만원 인상했다. 수강료 인상률은 지난 2015년 대비 16.6%에 달한다. 교육부가 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1.5%로 제한하고 있는데, 법정 기준을 10배 이상 넘는 수준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2008년 이후 계속 계절학기 수강료를 동결해왔다”면서 “계절학기 강사료가 정규 학기보다 낮아 시간당 강사료를 3000원 올리고 시설유지비 등 물가 상승분과 다른 대학의 수준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국·공립대에 비해 최대 5배 비싸다는 점도 문제다. 부산대·경북대·충북대의 올해 여름학기 계절학기 수강료는 1학점당 2만5000원, 전북대·강원대는 각 2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학점당 11만원을 받는 연세대보다 5배가량 저렴하다. 올해 서울대는 국·공립대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4만500원을 계절학기 수강료로 책정했다.
대학에 따르면 계절학기 수강료는 통상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정규 학기 등록금을 기준으로 학점이나 시간당으로 산정한다. 대학에서는 정규 학기 등록금에 맞춰 계절학기 수강료를 산정하면 1학점 당 더 비싸게 받아야 하지만, 정부의 등록금 경감 정책 기조에 따라 계절학기 수강료도 못 올리고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정규 학기 등록금 학점 기준으로 계절학기 수강료를 산정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계산하면 1학점 당 15만~16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등록금도 동결하고 있는 만큼 계절학기 수강료도 못 올리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학이 학생들을 상대로 ‘학점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4년제 사립대에 다니는 김모양(21)은 “등록금 부담도 큰데 계절학기 듣느라 50만원 넘게 내야 했다”면서 “성적에 따라 학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4학년 때 취업 준비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계절학기는 필수적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방학도 잊은 채 공부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학점장사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의 사립대에 재학 중인 이모군(22)은 “4학점 듣는데 거의 40만원을 냈다”면서 “다른 학교의 경우 7만원인데도 있던데 대학마다 어떤 기준으로 계절학기 수강료를 산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모호한 선정기준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이 정규 학기 때 강의에 인원 제한을 둔데다 복수 전공을 거의 의무화하고 있어 정규 학기로만 학점을 따기 어렵다. 계절학기 수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제2의 등록금’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들이 수업 여건을 개선해 계절학기 듣지 않고도 학점 관리가 되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또한 계절학기는 등록금 인상 상한률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법 개정을 통해 수강료도 등록금 상한제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