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등 추진
"경제 살리는 개혁 좋지만
反기업 정서 부추겨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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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지정 등 시장 원리에 역행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과 재벌의 편법 경영 승계에 제동을 걸며 기업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가 되면서 야권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이슈가 됐던 ‘경제 민주화’ 바람을 다시 일으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본지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7일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을 분석한 결과,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122개 법안 중 18건이 기업 규제와 관련한 법안으로 집계됐다. 개원 9일 만에 기업 압박 법안들이 쏟아지면서 반(反)기업법이 줄줄이 통과됐던 19대 국회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전통상업 보존 구역에 기업형 슈퍼마켓이 입점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입점 제한 대상 점포를 현행 3000㎡ 이상 점포에만 적용되던 것을 660㎡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생기면서 지자체와 소송이 잇따르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논란이 예고되는 법안이다.
야권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법인세 인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대기업의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 경영권 편법 승계를 막는 법안을 나란히 내놓을 예정이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재벌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한 공익법인의 경우 해당 주식에 대한 의결권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추진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이날 하루에만 재벌의 편법 상속을 막는 법안 4개를 내놨다. 박 의원은 “재벌개혁이야말로 위기의 한국경제를 살릴 최선의 방안”이라며 “19대 국회에서 재벌 편법상속 등의 문제를 수차례 지적하고 바로잡을 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여당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나 편향적인 소유구조개편은 메스를 가할 필요성이 있지만 무분별한 기업 때리기 법안으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19대 국회에서도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반기업·반시장적 법안이 많았는데 20대 국회에선 거대 야당이 경제 민주화라는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며 “20대 국회는 19대보다 반시장적 법안이 경쟁적으로 쏟아질 우려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